"서있으면 다리가 시퍼렇게"... 코로나 후 신경계 이상해져
푸른 다리 증후군... 코로나19로 인한 자율신경 교란 증상
영국에서 새로운 코로나19 장기 후유증(롱코비드)이 보고됐다. 이른바 '푸른 다리 증후군'(blue legs symptom)이다. 환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한 후 6개월 이상 다리 부위에 혈액순환 이상 증세를 겪었다.
영국 리즈대 재활의학과 마노 시반 교수와 류머티즘·근골격의학연구소 나피 이프테카르 교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을 통해 '푸른 다리 증후군' 사례를 보고(https://doi.org/10.1016/S0140-6736(23)01461-7)했다. 시반 교수는 영국 국가의료제도(NHS) 롱코비드 재활센터에서도 진료하고 있다.
영국에 거주하는 33세 남성 환자는 2차례의 코로나19 감염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서 있을 때 다리가 급격히 자주색으로 변하는 증상을 겪어 병원을 찾았다. 다리가 자줏빛으로 변하는 동안 다리엔 점점 무거운 느낌이 들면서 따끔거리거나 발진이 나기도 했다. 증상이 나타난 후 누워있으면 이내 괜찮아졌다.
시반 교수는 해당 환자가 정맥 부전으로 인한 말단 청색증의 일환인 '자세(체위) 기립성 빈맥 증후군(POTS)'을 겪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2개월 전 심장 전문의 역시 동일하게 내린 진단이다.
POTS는 서 있을 때 혈압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나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 이 때문에 사지 등 말단 혈관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혈액 내 산소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줏빛과 청색 등의 변색도 발생한다. 발병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 외상·수술 후 후유증, 초경과 임신 등이다. 편두통과 엘러스-단로스 증후군, 만성피로증후군 등과 동반해 나타나기도 한다.
해당 환자는 서 있기 시작한 지 1분이 지나자 다리가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줏빛으로 변했다. 10분 후엔 맨눈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다리가 부어오르면서 파랗게 변했다. 해당 증상은 환자가 자리에 앉고 난 후 2분이 지나자 사라졌다.
맥박과 혈압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누워있을 때 환자의 맥박과 혈압은 각각 분당 68회, 138/85mmHg였다. 8분 동안 서 있을 땐 맥박은 분당 최대 127회까지 증가했고 혈압은 125/97mmHg 수준으로 유지됐다. 동시에 의식이 흐릿해지며 떨리는 느낌과 함께 다리에 무거운 느낌이 들며 따끔거림과 가려움이 생기는 증상도 확인했다.
감염 이후,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추정
시반 박사는 이번 사례에 대해 "코로나19 이전엔 확인한 적 없는 새로운 말단청색증 환자의 사례"라면서 코로나19 감염 이후 드물게 나타나는 자율신경계 이상(자울신경실조증) 때문으로 추정했다.
그는 비교적 드문 사례지만, 최근 롱코비드 관련 연구가 이어지며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자율신경실조증이 나타난다는 근거가 점차 축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한 소아 환자에게서 보고되는 경우가 잦다. 붉은 바탕의 피부에 불규칙적으로 반점이 나타나는 '비어반점'이나 두드러기, 발진을 동반한 청색증이 보고되기도 했다.
자율신경실조증이란 특정한 원인으로 교감신경의 균형이 깨지면서 항상성 유지 등 신체 조절 기능에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중대한 기능 이상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경미한 증상으로 사소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끼치는 경우도 많다.
심리적인 문제로 △식사 후 소화가 잘 안되거나 △숙면을 방해할 정도로 손·발이 찬 경우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한 증상 △불안·초조함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식은땀을 자주 흘리는 경우 등이 있다.
시반 박사는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서 "환자는 물론 임상의 조차 롱코비드 증상의 하나로 POTS 등 자율신경실조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할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진단 방법, 치료, 관리 방안 등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