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절대 안 죽어”… 당장 수세미를 바꿔야 하는 이유
주방과 욕실 수세미나 스펀지, 박테리아 온상...건조시켜도 잘 죽지 않아
주방 식기의 청결을 책임지는 수세미(스펀지 포함), 한번 사서 사용하면 귀찮아서 잘 안바꾸는 집도 많다. 새것을 한달만 사용해도 이 기간동안 수세미에 번식할 수 있는 박테리아가 지구상의 인구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특히 요즘같이 덥고 습도가 높은 여름엔 수세미 세균과 박테리아의 번식은 최고치에 달할 수 있다. 주방뿐 만이 아니다. 욕실의 샤워볼도 축축한 환경에서 박테리아 번식의 무대가 되고 있다. 주방과 욕실의 수세미는 얼마나 더러울 수 있을까.
수세미 1개에 지구상 인구보다 더 많은 박테리아 숙주
일단 주방은 두개의 선택지가 있다. 수세미를 쓰느냐 브러시를 쓰느냐다. 노르웨이 연구진에 따르면, 주방 수세미는 브러시보다 더 많은 박테리아를 품고 있다. 살모넬라와 다른 박테리아들은 수세미에서 브러시보다 더 잘 자란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수세미에는 미세한 구멍이 많이 뚫려 있는데다 물 마를 날이 없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식품 연구 기관 노피마(Nofima)의 과학자인 트론드 뫼레트뤼 박사는 "수세미 1개에는 지구상의 인구보다 더 많은 박테리아가 숙주를 구성하고 있다"며 “박테리아가 모두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살모넬라와 같은 해로운 박테리아들은 수세미에서 손, 주방 표면 및 기구로 퍼져 사람들을 아프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세미는 습기가 계속 남아있고, 음식 잔류물이 축적되는 동시에 박테리아에게도 먹이가 되어 박테리아의 빠른 증식을 유발한다.
실제로 트론드 박사팀이 응용미생물학저널(Journal of Applied Microbiology)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놀랍게도 수세미를 어떻게 청소하거나 얼마나 자주 헹구어 말리느냐는 위생에 크게 작용하지 않으며,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세미를 어떻게든 관리해도 박테리아는 여전히 득실득실 하다는 것이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브러시 사용이 일상적
연구진은 포르투갈에 사는 20명과 노르웨이에 사는 35명의 사람들로부터 실제 집에서 사용되고있는 수세미와 브러시를 수집했다. 평균적으로 한 달 56회 정도 사용된 수세미였다. 연구진의 이전 조사에 따르면, 9,966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개 유럽 국가 중 대부분에서는 수세미가 주방 청소에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노르웨이와 덴마크 두 나라에서만 세척을 위한 주요 도구로서 브러시가 우세하게 사용되고 있다. 수세미는 모두 접시를 세척하는 데 사용됐고, 냄비와 프라이팬을 문지르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브러시나 수세미에서 병원체 박테리아(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발견되지 않았지만, 전체 박테리아 농도는 수세미보다 브러시가 낮았다. 두 도구에서 모두 유사한 유형의 비병원체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수세미 헹궈서 말려도 박테리아 수치 감소 없어
연구자들이 브러시와 수세미에 살모넬라 박테리아를 첨가해 건조 시 그 번식력을 관찰한 결과, 밤새 말린 브러시에서는 살모넬라 수치가 크게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동일한 조건에서 말린 수세미는 이런 박테리아의 수치에 감소 차이가 없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주방의 위생이 걱정된다면 식기 세척 시 수세미보다 브러시 사용을 권장했다. 브러시가 더 빨리 마르기 때문에 유해한 박테리아 박멸에도 더 나은 관리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브러시는 손 잡이가 있어 세척 부위를 바로 접촉하지 않아도 된다. 잠재적으로 유해한 박테리아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아주므로, 수세미보다 브러시를 사용하길 권장했다.
욕실 샤워볼도 다르지 않아… 피부 죽은 세포 그대로 박혀 있어
구멍과 홈이 많은 다공성의 욕실 샤워볼(스펀지 포함)도 수세미와 비슷한 박테리아 번식 환경을 갖고 있다. 특히 샤워볼에는 죽은 피부 세포가 씻겨 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어제 샤워에서 묻은 피부 각질과 세균 등의 성분을 다시 몸에 문지르는 격이 된다.
죽은 피부 세포를 문지르면서 그 세포들이 미세한 홈에 박혀있게 되고, 피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곰팡이류 기생 생물이 들어있을 수 있다. 특별히 몸에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위생상 불쾌함을 준다.
피부과 전문의인 안자리 부타니 박사는 “샤워볼과 같은 욕실 스펀지는 몇 번 사용하고 나면 죽은 피부 세포와 박테리아로 가득 차 있다"며 “샤워실 안의 따뜻하고 습한 환경은 샤워볼의 비위생적 상태를 유지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피부과 전문의 멜리사 필리앙 박사도 “샤워실 안에서 샤워볼은 항상 젖은 상태에 놓여있고 결코 완전히 마른 상태가 되지 않으므로 박테리아에게 최상의 번식지 된다"며 “욕실에서도 샤워볼보다 관리가 쉬운 브러시가 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욕실 샤워볼을 사용한다면, 위생 수칙 6가지
매일 마른 상태로 유지한다 = 샤워를 마친 후 샤워볼을 충분히 헹군다. 흔들어서 물기를 제거하고, 가능한 샤워실이 아닌 서늘한 곳에 걸어 마르게 한다. 건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필요하다.
왁싱 후 며칠 동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 박테리아는 작은 상처를 통해서도 피부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몸에 다리 등 왁싱을 했다면 미세한 상처가 남아 있을 수 있어 며칠 동안은 샤워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얼굴이나 생식기 부위에 사용하지 않는다 = 얼굴과 생식기는 세균에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이미 박테리아의 온상이 된 샤워볼로 이런 부위를 닦지 말아야 한다.
매주 청소해야 한다 = 샤워볼을 그냥 헹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주당 1회는 정식으로 빨아야 한다. 희석한 표백제 용액에 5분간 담가 놓은 다음 충분히 헹군다. 혹은 식기 세척기에 넣어서 세척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기적으로 교체한다 = 샤워볼은 매 3~4주마다 교체하는 것이 좋다.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곰팡이가 자라는 것을 발견하면 당장 버려야 한다.
수건이나 브러시를 대신 사용할 수 있다 = 수건과 샤워볼의 물리적 구조는 다르다. 수건이 청소와 건조도 훨씬 쉽다. 샤워볼보다 더 자주 빨고 교체하기 때문에 수건으로 몸을 문지른 것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또한 앞서 설명한 것 처럼, 샤워 브러시도 볼이나 스펀지보다 관리가 쉽다.
☞ 참고 논문: 1. Bacterial levels and diversity in kitchen sponges and dishwashing brushes used by consumers < Journal of Applied Microbiology>
2. Modulation of microbial community dynamics by spatial partitioning < journal Nature Chemical Biolog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