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애플 시계 경쟁, '피의 전쟁'에서 판가름?

웨어러블 시장 혁신 주춤한 가운데, 새로운 경쟁 치열

과열되는 스마트워치 시장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올 열쇠로 '혈당 측정 기능'이 꼽히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상생활에서 착용하고 건강정보 및 운동 기록을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11일 정식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 6 시리즈’에 소비자의 관심이 쏠린다.

이번에 공개한 갤럭시워치 6 시리즈는 혁신적인 신기술을 탑재하기보다 기존의 기능을 다듬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수면 및 운동 기록 전용 소프트웨어가 안정화되고 디스플레이 크기가 커지는 등 소비자의 사용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변화가 시도됐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미국, 영국, 호주, 인도 등에 지사를 둔 IT 제품 리뷰 매체 ‘테크레이더’는 “삼성의 또다른 대작이 탄생했다”며 “전반적으로 사용자 경험이 개선되었고 디자인 또한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반면 영국의 데이터 분석 컨설팅 회사 ‘글로벌데이터’는 갤럭시워치 6을 두고 “혁신이 없다. 새로운 건강, 피트니스 연결 기능을 도입하지 않았다”며 “소비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며, 많은 소비자들이 구매할 이유가 없게 될 것”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엇갈린 반응은 스마트워치의 기술 발전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매년 자사의 웨어러블 기기를 업데이트해 발표하는 것에 비해 신기능은 매년 추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 포화’란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 ‘기술 포화’ 상태일까?

삼성전자가 지난달 발표한 ‘갤럭시워치 6’은 △수면 관리 기능 강화 △불규칙 심장 리듬 추적 △생리주기 예측 등 사용자의 일상에서 통합 건강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수면 관리는 5가지 요소(수면 시간, 수면 주기, 깨어 있는 시간, 신체 및 정신 회복)를 종합해 점수화하고, 수면 코칭 프로그램도 탑재하는 등의 개선이 이뤄졌다.

다만 이 기능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가 강조한 수면 관리 기능이 의미 있는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두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 무게와 배터리다.

사용자가 자신의 수면을 분석하고 최적의 수면 패턴을 알기 위해선 무겁고 불편한 시계를 차고 자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삼성전자에선 꾸준히 ‘수면의 양과 질’을 강조해왔지만, 갤럭시워치6는 크기와 무게가 전작과 거의 비슷하게 유지됐다.

밤새 수면을 측정하고도 다음 날 하루 종일 착용할 수 있을 정도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도 관건이다. 전작에서 410mAh(44mm 제품), 284mAh(40mm 제품)이었던 배터리 용량은 이번에 각각 425mm와 300mAh로 늘었다.

삼성전자 측에선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용량이 늘어난 것 이상의 실제 체감 사용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지만, 전작보다 커진 디스플레이도 고려해야 한다. 디스플레이가 커지면 소비 전력도 늘어나 배터리 소모량이 많아지기에, 실제로 사용자가 느끼는 배터리 사용 시간이 어떨지는 본격 판매가 시작돼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갤럭시워치와 경쟁사 애플의 ‘애플워치’의 신제품이 발표될 때마다 일부 소비자들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언팩 행사 직후 디지털 기기 정보를 공유하는 국내외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경쟁적으로 매년 신제품을 출시하는 주기가 정착되면서 유의미한 신기능을 탑재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배터리 시간을 늘리면 무게가 무거워지고, 무게가 가벼워지면 가격이 비싸지는 악순환을 해결하기에 1년이라는 출시 주기는 촉박하다는 것이다.

웨어러블 시장 선도할 열쇠는 ‘혈당 측정’?

블룸버그 등 외신은 이러한 침체기를 극복할 무기로 ‘혈당 측정’을 꼽았다. 매체는 지난 2월 “애플이 채혈 없이 혈당을 잴 수 있는 혈당계 개발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자체 설계한 광반도체와 분광 흡수계를 이용한 레이저 센서로 피부 아래 모세혈관을 분석하겠다는 내용이다.

블룸버그의 설명에 따르면 애플은 팔에 착용하는 아이폰 크기의 시제품을 개발 중이며, 이 테스트 결과를 기반으로 수년 내 애플워치에 해당 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 정부와 승인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웨어러블 기기로 혈당 측정이 가능해지면 환자들이 편리해질 수 있지만, 그 전에 제도적 보완이 먼저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도 혈당 측정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업계에선 빠르면 2년 이내에 갤럭시워치로 혈당 측정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미국 MIT 연구팀과 함께 레이저로 혈당을 측정하는 방법을 연구한 바 있다. 적외선으로 포도당 분자를 계산하는 특허를 보유한 독일 스타트업의 펀딩에도 참여하는 등 연구 성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국제당뇨병연맹(IDF)이 예측한 2030년 전 세계 성인당뇨병 환자는 약 6.4억 명이다. 스마트워치의 혈당 측정 기능에 쏠리는 관심도 그만큼 높다. 지난해 8월 열린 갤럭시워치5 출시회에서 직접적으로 해당 기능을 언급한 질문이 나왔을 정도다.

IDF에선 당뇨 관련 경제적 비용을 무려 9660억 달러(한화 약 1230조 원)으로 예측했다. 이 중 글로벌 혈당기기 시장만 해도 172억 달러(한화 약 1조 9700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다(Mordor Intelligence의 2021년 시장 조사 보고서). 차세대 스마트워치 시장을 주도할 열쇠는 혈당 측정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뇨협회 정재호 사무국장은 “현재 사용되는 연속혈당측정기가 1형 당뇨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지원되는 상황에서, 스마트워치를 통해 혈당 측정이 가능하다면 환자들이 느끼는 편리함이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채혈 없이 혈당값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다. 매일 반복해서 혈당을 측정하는 과정 없이 혈당을 모니터링하고 예상 수치를 파악할 수 있지만, 경제적 부담이 만만찮다.

정재호 사무국장은 “IT 전문 기업이 전용 앱을 개발해 당뇨 환자들을 관리하기 시작하면 전문의와의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우려가 충분히 있다”며 현실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경과를 판독하기 위한 전문 의료진의 상담에도 한계가 있기에 별도의 수가적 보상을 마련하지 않으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정식 출시 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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