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 간병은 누가 할까?

[김용의 헬스앤]

가족이 하는 간병은 한계가 있고 힘에 부친다. 정부-지방자치단체들이 보다 효율적인 간병 서비스 시스템 마련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모님이 모두 암 투병 중인데,  얼마 전 시어머니도 뇌경색으로 쓰러져…”

중년들이 많은 모임에 나가면 부모님들의 건강이 화두다. 80세가 넘은 부모님 간병 때문에 모임에 못 나온 친구도 있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부모님 건강하시냐?”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50~60대 중년의 부모들은 거의 80세가 넘은 고령이어서 병을 앓고 있는 분들이 많다. 자녀의 취업-결혼으로 겨우 한숨을 돌린 중년들은 양가 부모의 건강 악화로 다시 시름에 잠긴다. 흔히 ‘자다가 편안하게 죽고 싶다’는 말을 하지만 그런 사례는 매우 드물다. 건강했던 분들도 노년에는 크고 작은 병치레를 한 후 세상을 떠나는 게 일반적이다.

노부모 중 한 분이 입원해도 신경이 곤두선다. 양가 부모 중 두분 이상이 투병중이라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간병, 치료비 지원, 간병인 채용, 요양병원 입원 문제 등 신경 써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뜩이나 여성은 갱년기라서 몸과 마음이 힘들 때인데, 고단한 일상이 더해진다. 남편이 은퇴한 경우 양가 부모의 치료비, 간병비를 지원하는 게 만만치 않다.

시부모가 아프면 남편, 시누이와 ‘간병을 누가 할 것인가’를 놓고 의논하는 경우가 있다. 병세에 따라 다르지만 치매나 몸의 마비가 심한 뇌졸중(뇌경색-뇌출혈) 환자라면 요양병원 입원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집에서 간병하기가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께 요양병원행을 권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부모님들은 정든 집을 떠나 수많은 환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영 내키지 않을 것이다. 입원 전 자식들 몰래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요양병원에서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는 서글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이 글에선 간병, 돌봄 문제를 많이 다뤘다. 중년의 독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이슈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기사화를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 가족 중에 암 환자가 나오면 치료-입원-간병 등 전반적인 과정을 컨트롤하는 ‘선장’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아픈 사람 대신에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도 ‘선장’이다. 병든 남편과 함께 의사와 상담하는 중노년 여성의 모습은 익숙하다.

요즘은 삼대가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가정이 과거처럼 많지 않다. 맞벌이가 많은 데다 노부모가 자식 부부와 함께 사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분가를 하는 게 대세다. 그렇다 보니 가족 중 간병의 주체도 크게 변하고 있다. 부모 간병을 주로 하는 사람이 2011년에는 배우자-며느리-아들-딸 순이었지만 2020년에는 배우자-딸-아들-며느리 순으로 바뀌었다(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 과거와 달리 며느리 대신에 딸이 주도적으로 부모를 간병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요즘은 손주들도 친가보다는 외가와 더 가깝게 지내는 경우도 있다.

중년의 딸도 간병에 매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집안 일, 자녀 문제로 시간 내기가 어렵고 체력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오빠, 남동생이 퇴직했다면 번갈아 ‘선장’ 역할을 하는 것도 좋다. 퇴직한 중년 남성 중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남성은 상대적으로 힘이 좋아 몸이 불편한 부모를 케어하는 데 큰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딸-아들-며느리가 서로 도와 노부모를 돌보는 게 합리적이다. 간병 비용도 분담하면 좋을 것이다.

최근 간병인을 고용하는 데 필요한 간병비 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5월 간병 도우미료는 작년에 비해 11.4% 상승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간병인 비용이 10만 원을 넘지 않았지만 요즘은 12만~15만 원을 줘야 한다. 월 300만~500만 원 수준이어서 부담이 크다. 코로나 유행 중 외국인 간병인 수가 감소한 데다 교통비·식사비 등 관련 물가가 오른 영향이다. 딸, 아들 어느 한 쪽이 전담하기엔 벅찬 액수다. 나눠서 내야 부담을 덜 수 있다.

가족들이 간병에만 매달리는 것은 너무 희생이 크다. 이에 따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터무니 없이 치솟은 간병비 부담을 덜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지원 인력이 24시간 간호와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빠른 치료-회복에 도움이 되고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도 장점이다.

직장인들이 매달 내는 보험료가 근간인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현실에 맞게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또는 65세 미만 국민 중 노인성 질병(치매·파킨슨병 등)으로 6개월 이상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목욕과 간호 등 요양 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가족과 헤어져 요양병원-시설 등으로 갈 필요 없이 정든 집에서 간병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상자을 더욱 탄력적으로 선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중년들은 편안한 노후를 원한다. 자식들을 다 키워 놨으니 남은 인생을 즐기면서 살겠다는 욕구가 강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양가 부모님들의 병치레도 안정된 노후를 위협하는 것 중 하나다. 지금의 중년들도 건강을 관리하지 못하면 자녀들에게 부담을 지울 수 있다. 개인이 하는 간병은 한계가 있고 힘에 부친다. 정부-지방자치단체들이 이벤트성 정책보다는 서민들의 시름을 덜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간병 시스템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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