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만 영향? 정신까지 피폐...자궁내막증은 ‘온몸병’

미 예일대 “골반에만 영향 미치는 병 아냐”…그 자체의 유전적 메커니즘도 갖고 있어

'온몸병'인 자궁내막증환자는 산부인과와 정신과 양쪽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궁내막증은 골반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온몸병(전신질환)이며 섭식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 각종 병에 걸릴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예일대 의대 산부인과·정신과 공동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자궁내막증 환자 약 8200명과 건강한 여성 약 19만4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레나토 폴리만티 부교수(정신과)는 “자궁내막증 환자는 우울증 불안장애 섭식장애 등 세 가지 병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걸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자궁내막증과 정신건강의 관계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그 생물학적 근거는 자궁내막증이 단순한 만성 통증이 아니라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자궁내막증과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연구 중 가장 큰 규모의 연구 결과”라고 덧붙였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샘과 기질)이 자궁 밖에 붙어 자라는 병으로 매우 고통스럽다. 골반통, 복부통, 요통, 심한 출혈, 성관계 때 통증, 대소변 때 통증, 변비 또는 설사, 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피로, 난임(불임)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환자는 이런 증상으로 매일 고통을 겪는다. 일부는 생리 중 발작을 경험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만성 통증, 사회경제적 지위, 나이, 체질량지수(BMI), 약물 등을 고려해 자궁내막증 환자에게 우울증, 불안, 섭식장애가 더 많이 나타나는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 우울증 불안장애 섭식장애는 자궁내막증이 일으키는 만성 통증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의 근본적인 유전적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휴 테일러 교수(산부인과, 생식과학)는 “자궁내막증에 대한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으면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가임여성 10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자궁내막증은 생식(난임 초래)뿐만 아니라 온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뇌에 변화를 일으켜 우울증 등 각종 기분장애도 일으킨다. 연구팀은 자궁내막증과 우울증 불안장애 섭식장애 등 세 가지 병 사이에 상당히 높은 유전적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특히 자궁내막증과 우울증 사이에 공유되는 특정 변이(KB rs12666606)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자궁내막증과 외상(트라우마)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팀은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는 데 평균 10년이 걸린다. 비침습적 자궁내막증 진단도구의 개발을 목표로 한 스타트업을 최근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Epidemiologic and Genetic Associations of Endometriosis With Depression, Anxiety, and Eating Disorders)는 ≪미국의사협회지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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