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 사망자 속출... '온열질환' 증상은?
가마솥 폭염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7~38도에 육박하고 폭염 경보가 발령 중이다. 열사병·일사병 등 온열질환(폭염질환)도 비상이 걸렸다. 온열질환(주로 열사병) 추정 사망자가 지난 5일 현재 20명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살인폭염’이다.
이러한 폭염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사망자 또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계속적으로 온열질환이나 열대야에 시달리다보면 노약자나 만성병 환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체온조절 기능이 점점 떨어질 수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성인은 외부온도가 38도 이상이 돼도 체온 방어기능이 정상으로 작용해 방어기능이 작동한다. 하지만 어린이(체온조절기능 미숙)나 노약자(체온조절기능 저하)는 정상 성인의 60~70%밖에 방어기능이 되지 않는다. 인체 방어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체온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뇌 중추에서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장병·당뇨병·콩팥병 등 만성 환자들은 어린이나 노인보다 더 위험하다. 과로를 한 사람이나 과음을 한 경우, 잠을 제대로 못잔 상태에서는 체온 조절 및 방어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열사병, 일사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밀폐된 공간의 운동이나 작업 등 체온이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요인을 자제하는 것이 첫 번째 수칙이다.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고(목이 마르지 않을 때도 물을 수시로 마신다), 가능한 한 그늘이나 서늘한 곳에 머물러야 한다. 체온은 외부 온도나 습도가 높을수록 높아진다. 30도 이하의 기온에서도 주변 환경이나 인체 상태에 따라 체온이 정상보다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
열사병은 온열질환 중 가장 위험하다. 10분만 방치해도 생명이 위험해진다. 무덥고 밀폐된 실내 공간 등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작업이나 운동으로 상승한 몸의 열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온에 노출된 후 몸이 열을 받아 40도 이상으로 체온이 올라가지만 땀이 잘 나지 않는다. 뜨겁고 건조한 피부, 빈맥, 부정맥, 두통, 어지러움, 의식저하, 구토 등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심하면 발작·혼수 상태에 빠진다.
응급실로 빨리 옮기면서 급격히 체온을 낮추는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미지근한 물이나 찬물을 뿌리면서 수건이나 부채로 계속 부채질을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 때 5~10분 간격으로 체온을 측정해 저체온증(35도 이하)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옷을 벗기고 찬물을 붓거나 얼음물에 몸을 담가서라도 체온을 39도 이하로 빨리 내려주어야 한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물을 먹이면 기도가 막혀 더 위험할 수 있다.
일사병은 더운 공기와 강한 태양의 직사광선을 오래 받아 급격히 올라간 체온을 제대로 낮추지 못해 생긴다. 열탈진 증세와 대처방법이 비슷하다. 잘못하면 열사병으로 악화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현기증과 심한 두통을 동반하며, 땀을 많이 흘려 몸이 젖고 목이나 가슴 부위 등 피부가 차가워진다. 수분 보충이 안 되면 탈수증이 일어나며, 갑자기 몸의 땀이 나오지 않게 되면서 열사병으로 진행되는 수가 있다. 응급처치에도 회복이 잘 안 되면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준다. 열사병처럼 급속 냉각요법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열탈진(열피로)은 고온 환경에서 수분 보충이 원활하지 않거나, 장시간 땀을 많이 흘리면서 염분이 적은 저농도의 물만 보충했을 때 흔히 일어난다. 피로, 기력 저하, 어지럼증, 두통, 오심, 구토, 근육 경련 등을 호소한다. 대개 땀을 계속 심하게 흘린다. 이런 상태를 제대로 처치하지 않으면 일사병이나 열사병으로 진행할 수 있다. 서늘한 곳으로 이동해 옷을 벗고 바람으로 체온을 낮춰준다. 노약자나 환자들은 응급실로 이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토증세가 나타나지 않고 의식이 뚜렷하며, 빈맥이나 부정맥 없이 심한 고열상태가 아니면 수시간 내에 회복된다.
열경련은 근육 경련과 통증이 특징적이다. 운동 중 땀을 많이 흘리면서 물만으로 수액을 보충해 혈액에서 나트륨 농도가 감소하면 흔하게 발생한다. 우선 경련이 있는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이온음료로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열실신은 더위로 인해 갑자기 쓰러지는 것을 말한다.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탈수가 되면 체온을 낮추느라 혈액이 피부 쪽으로 쏠려 몸속의 장기나 뇌에 피의 양이 부족해진다. 누워서 다리를 올리며 안정을 취하고 수분을 섭취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호전이 잘 안 되는 경우 수액주사제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