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봤는데 청첩장이.. 남의 시선을 어떻게?
뿌리 깊은 체면 문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은?
단 한 번 명함을 주고 받은 사이인데 갑자기 청첩장이 날아 오는 경우가 있다. 결혼식장의 규모를 보니 많은 사람들을 초청해 성대하게 치를 모양이다. 규모가 큰 식장의 빈 자리를 걱정해 처음 본 사람까지 초대하는 것이다. 한때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작은 결혼식’이 주목 받았는데 다시 허례허식으로 돌아간 것일까? 우리는 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일까?
◆ 10명 중 7명,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 많아”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71.9%)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성 상 타인과 사회의 시선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5월 15~17일)으로 ‘2023 나와 타인에 대한 관심 및 평판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떤 일을 결정할 때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면서 결정하고(43.0%, 동의율),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의해 생각이나 결정이 바뀔 때가 많다(38.4%)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과거에 비해 타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타인과 사회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내 짝도 타인의 눈 의식해 선택?... 인기 있는 이성이 좋은 이유
남을 의식하는 문화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공통적인 현상인 것 같다. 국제 학술자 '진화와 인간행동(Evolution and Human Behavior)'에는 본인의 감정 뿐만 아니라 타인의 눈길을 의식해 이성을 선택한다는 미국 인디애나대 연구팀의 논문이 실렸다. 짝을 찾을 때 낯선 사람들의 시선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남성은 다른 남성이, 여성은 다른 여성이 상대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면 자기도 그 이성에 대한 흥미가 커졌다. 남들이 좋아하고 호감을 보이면 자기도 덩달아 호감을 느끼는 것이다. 친한 사람 뿐 아니라 완전히 낯선 사람의 시선도 중시한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과 거리를 거닐 때 이런 성향이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 타인의 시선 의식하다 잘못된 선택... 체면 문화 개선해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살피는 것은 체면(體面) 문화와 관련이 깊다. 체면은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을 의미한다. 결국 타인에게 비치는 나의 이미지, 자존심과 연관되어 있다. 이는 허례허식과도 연결될 수 있다. 마음이나 정성이 없이 겉으로만 번드르르하게 꾸미는 것이다.
결혼식에서 많은 하객들을 '과시'하는 경우도 해당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청첩장을 남발한다. 남에게 떳떳한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는 내면의 자존심부터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