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장애로 인한 칼부림…’제3의 흉기난동’ 더 잠재한다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신림역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지 2주만의 일이다. [사진=뉴스1]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번화가에서 또다시 ‘묻지마 흉기난동’이 발생했다. 수인분당선 서현역 AK플라자에서 한 남성이 인도를 향해 차량을 돌진한 뒤 시민들에게 칼부림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14명이 다쳤으며 이 중 두 명은 뇌사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서울시 신림동에서 칼부림이 일어난 지 약 2주 만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며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분당 흉기난동 피의자 최씨는 배달업에 종사하던 2001년생 남성으로, 경찰은 그가 조사 과정에서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고 죽이려 했다”며 피해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씨는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1학년 때 자퇴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최씨는 2015년부터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았고, 2020년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은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체포 직후 실시한 마약 간이 검사 결과 음성이었고 음주 상태도 아니었던 점을 통해 경찰은 최씨가 정신질환을 앓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동기를 파악하고 있다.

최씨 ‘분열성 인격장애’…원인 확실했다면 치료 가능했을까 

최씨가 진단받은 조현성 성격장애(분열성 인격장애)는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에 대한 흥미 없이 고독하고 폐쇄적인 감정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세상에 대한 허무감을 느끼거나 비현실적인 환상을 겪기도 하며,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사건을 막기 위해선 ‘적극적 치료’가 가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질환 범법자를 수용해 치료하는 국립법무병원 조성남 원장은 “모든 범죄 중 가장 원인이 확실한 범죄가 정신질환에 의한 것이다. 이는 (최씨가 조현성 성격장애를 앓았던 것이 사실이라면)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범죄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 원장에 따르면 정신질환은 일반 신경질환과 달리 스스로 병에 걸린 상태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강제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인권 등의 문제로 이것이 제도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치료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 원장은 “위험한 상태가 될 때까지 치료받지 못하고 범죄를 짓도록 내몰리는 것만큼 인권을 저해하는 일이 어디 있나”라며 “필요하다면 강제적 입원치료를 통해서라도 이들을 제대로 치료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소극적 정신질환 치료… ‘제3의 흉기난동’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성모공감정신건강의학과 송민규 원장 역시 이러한 의견에 적극 공감했다. 송 원장은 “의료 현장에선 실제로 위험한 상황임에도 적극적인 입원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범죄를 짓도록 방치된 것이라면 상당히 비극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최씨처럼 정신질환 문제가 있음에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채 소외돼 있었다면, 비슷한 경우로 제3,4의 흉기난동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송 원장은 추가적인 정보 없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정신질환으로 단정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조현성 성격장애가 범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면 스스로 진단 이력을 밝힌 것은 부자연스럽다. 통상 정신질환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체포 이후에도 아프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 원장은 “조현성 성격장애가 조현병과 전혀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인관계나 상대방의 의도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정도인 환자가 대부분”이라며 “범행의 직접적인 트리거가 된 사건이 있었거나 (인격장애로 인한) 추가 질환을 앓고 있었던 등 더 자세한 정보를 알기 전까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닥터콘서트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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