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약, 나이 들어 복용할수록 약효 좋아"
75세 이상에 복용 시작하면 50세에 비해 LDL수치 더 많이 낮아져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은 나이 들고 복용할수록 약효가 좋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1일(현지시간) 《내과학 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덴마크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약 8만4000명의 덴마크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 따르면 75세 이상은 일반적으로 저용량에서 중등도 용량의 스타틴 복용을 시작한 뒤 더 강력한 반응을 보였다. 50세와 비교했을 때 저밀도지방단백질(LDL) 콜레스테롤이 몇%포인트 더 떨어졌다.
연구진은 고령 환자의 경우 부작용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타틴 복용을 저용량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스타틴은 일반적으로는 안전하지만 일부 사람에게는 근육통이나 혈당 상승과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스타틴 복용량이 많을수록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며, 노인은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보다 부작용에 더 취약하다.
따라서 더 낮은 스타틴 용량으로 시작하는 것이 고령 환자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덴마크 ‘스태튼스 혈청 연구소(Statens Serum Institute)’의 마리 룬드 선임 연구원은 밝혔다. 이번 연구의 공동책임자 중 한 명인 그는 노인이 스타틴을 복용할 때 과거엔 기존 건강 상태와 향후 심장마비나 뇌졸중의 위험을 낮추는 것만이 고려 대상이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새로운 고려대상으로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틴은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면서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 됐다. 그러나 그 임상시험에는 70세 이상의 환자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노인의 스타틴 복용에 대해 안내할 내용이 많지 않았다.
현재 치료 지침은 이미 뇌졸중이나 심장 마비를 겪은 적이 있는 노인의 경우 LDL 수치를 ‘극적으로’ 낮출 것을 권장하는 것이라고 미국 뉴욕대 랭곤 심혈관 질환 예방 센터의 임상 책임자인 하워드 와인트라우브 교수는 밝혔다. 그는 새로운 연구가 젊은 환자보다 고령 환자가 스타틴 복용을 시작한 후 더 큰 약효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유익한 연구이지만 그 평균적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이번 연구는 더 큰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스타틴 용량을 낮추면 고령 환자의 심장 마비, 뇌졸중 및 사망 위험이 어느 정도 감소하는가? 이번 연구결과로 인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기존 방식을 바꿔야 하는가? 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대상이 된 8400여명은 2008~2018년 스타틴의 일종인 심바스타틴(조코르) 또는 아토르바스타틴(리피토)이 새로 처방된 환자였다. 전반적으로 75세 이상 환자는 50세 미만 환자에 비해 저용량 또는 중등도 용량 스타틴을 복용한 후 LDL 수치가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밀리그램(mg) 용량의 심바스타틴을 복용한 경우 고령 환자의 평균 LDL 감소율은 39%인 반면, 젊은 환자 그룹은 34%에 그쳤다.
75세의 경우, 저용량 또는 중간 용량의 스타틴을 복용하기 시작한 후 평균 50세에 비해 LDL 수치가 2.6%포인트 더 감소했다. 고용량 스타틴(아토르바스타틴 40mg 또는 80mg)을 복용한 경우에는 그 차이가 더 작았다.
이것이 75세 노인이 젊은 사람에 비해 저용량 스타틴을 복용할 때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부터 더 많은 보호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와인트라우브 교수와 마찬가지로 룬드 선임연구원도 이번 연구가 심장마비나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룬드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가 스타틴을 막 복용하기 시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를 수년 동안 스타틴을 복용한 노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와인트라우브 교수도 “이번 결과가 사람들이 의사에게 가서 복용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하는 신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acpjournals.org/doi/10.7326/M22-2643)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