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받은 아동의 뇌엔 무슨 일이? 신경회로망 변화 발견돼 (연구)

어린 쥐와 뇌 유사장기로 실험 통해 밝혀

아동기에 학대를 경험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인이 된 후 정신질환을 앓을 위험이 커진다. 국내 연구팀이 이에 관한 생물학적 증거를 찾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동기 극심한 스트레스가 정신질환 발병이 원인이 되는 생물학적 이유가 밝혀졌다. 카이스트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아동학대와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가 신경수용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얻었다.

아동기에 부모에게서 떨어져 방치되거나 정서적, 신체적으로 학대를 받으면 극심한 스트레스 현상이 일어난다. 심한 수준의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성인이 된 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미 미국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올해 4월 아동학대와 정서적 결핍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검토해 발표한 바 있다. 어릴 적 경험한 정서적, 신체적 학대가 성인이 되어 감정표현불능증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명확히 인지하고 설명하는 것이 어렵고, 성격 장애, 섭식 장애, 우울증 등 정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당시 연구팀은 피해 아동의 심리적인 반응과 특성에 주목했기에 아동기에 받은 스트레스가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생물학적 원인은 설명하지 못했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정원석 교수 연구팀은 아동학대가 정신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원리를 밝혀내기 위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특히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별아교세포’가 스트레스 호르몬(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에 집중했다.

연구팀이 어린 생쥐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켰더니 별아교세포의 포식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MERTK 수용체가 크게 늘어났다. 이로 인해 별아교세포는 다양한 대뇌피질에 존재하는 신경세포의 흥분성 시냅스만을 선택적으로 잡아먹었다. 결과적으로 생쥐의 신경회로망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되었으며, 사회성 결핍과 우울증 등 복합적 행동 이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인간 만능 유도 줄기세포로 만든 뇌 유사장기로도 같은 실험을 진행해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스트레스 호르몬에 반응한 별아교세포가 흥분성 시냅스를 지나치게 많이 없애버린 것이다.

정원석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별아교세포의 과도한 포식 작용이 정신질환 발병에 있어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최초로 증명했다”며 “별아교세포의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다양한 뇌 질환의 이해와 치료에 근본적인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면역(Immunity)» 7월 3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생쥐실험을 통한 연구 모식도 [자료=Immunity, 가공=카이스트]
닥터콘서트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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