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만사 귀찮다", 흘려들어선 안되는 이유?
지나친 의욕 상실 나타나면 자세히 진단해봐야
"만사가 귀찮다."
나이가 든 노인들이 자주 내뱉는 말 중 하나다. 신체적 기능이 약화하는 탓에 습관적으로 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모든 활동에 흥미를 잃는 것은 우울증의 신호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신체적 노화와 더불어 사회적 관계마저 좁아진다. 시간이 흐를 수록 가속화하는 이런 변화는 노인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노인들은 스스로 우울하다는 감정 변화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호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식욕이 감퇴하는 등의 증상만 나타나기도 한다. 두통, 복통, 소화불량 등 신체적인 문제도 흔히 발생하는데, 몸 이곳저곳이 아파 병원에 가더라도 아무 이상이 없다. 때문에 관심을 끌기 위해 꾀병을 부린다는 가족들의 오해를 사기도 한다.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우울함이 겉으로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가면성 우울증'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철민 교수는 "가면성 우울증은 스스로 우울하지 않다고 말할 뿐만 아니라 표정에서도 우울한 느낌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멀쩡한 겉모습과는 달리 식욕부진, 소화불량, 두통, 근육통, 불면증 등의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 '가면성 우울증'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노년기 우울증은 다른 질환에 비해 치료 효과가 크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조기 치료하면 70~80% 개선될 수 있고, 약물 및 인지행동치료 등이 효과적이다. 특히 약물치료는 부작용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 경도의 우울증부터 약물치료를 권하는 추세다. 단, 약물치료 시 항콜린성 약물은 노인에게 심혈관 질환, 치매 등 위험을 높일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신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우울증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며 “약물치료 시 항콜린성 약물의 부작용에 취약한 노인의 특성상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는 약물을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한 치료 후에는 더 이상 약을 먹지 않아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질환과 마찬가지로 노년기 우울증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고,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부정적 생각은 없애고 즐거운 생각을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환자 가족들의 세심한 관심도 필요하다. 만약 환자가 자살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면 반드시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신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약물은 우울증을 악화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며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환자가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