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탕후루' 열풍... 이토록 단단한 당류 괜찮을까?
충치·치주염 있으면 증상 악화...비만·당뇨 위험↑
최근 1020세대를 중심으로 ‘탕후루’ 열풍이 불고 있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달콤한 맛의 인기에 힘입어 실제 한 탕후루 체인점 수는 5개월 만에 약 6배 급증했다. 지난 2월 약 50개에서 지난달 300여 개로 늘어난 것.
이러한 열풍 속에 탕후루를 먹고 크고 작은 건강 이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평소 치아가 약하거나 혈당이나 체중 조절이 필요한 이들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생과일 꼬치에 시럽 잔뜩... 치아 균열, 턱 관절 질환 조심
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를 막대에 꽂아 설탕, 물엿 등을 끓인 시럽을 바른 중국 길거리 음식이다. 국내에선 딸기, 귤, 체리, 거봉 등 생과일을 꼬치에 꽂아 시럽으로 겉면을 코팅한 탕후루가 널리 판매되고 있다. 시럽이 발린 겉 부분은 단단하고, 과일 부분은 말랑한 식감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충치가 있거나 치주염이 있는 이들은 탕후루를 먹을 때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존에 법랑질이 손상된 상태인 치아 우식증(충치)이 있거나 잇몸이 약한 상태에서 단단한 음식을 깨물면 증세가 더욱 악화할 수 있고 치아가 깨지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고려대구로병원 이의석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탕후루가 치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요소는 '당류'다"며 "기존에 충치나 치아 균열, 치주염 등이 있는 상태에서 단단한 탕후루를 깨물면 치아에 충격이 가해져 치아가 깨질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탕후루에 코팅된 설탕이 입 안에서 녹으면 치아 표면에 달라붙어 있다가 충치를 가중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를 막으려면 탕후루를 먹은 뒤 양치를 하는 것이 가장 좋고, 양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물로 입을 헹구거나 가글을 할 것이 권장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치과병원 원스톱협진센터 이유승 교수는 “딱딱한 음식을 먹는다고 치아가 한 번에 부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딱딱한 음식을 좋아하는 식습관을 지닌 아이가 성인이 되면 치아가 부러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평소 턱관절이 좋지 않은 이들도 탕후루를 먹을 때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딱딱하거나 질긴 식감이 턱관절과 근육에 무리를 줘 턱관절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이유승 교수는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자주 또는 오래 씹으면 턱관절을 비롯 턱의 근육에 큰 힘이 들어간다”며 “턱관절 질환이 생기면 통증뿐만 아니라 입을 벌리거나 씹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턱관절 질환이 있거나 이를 예방하려면 단단한 음식을 피하고 부드러운 음식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설탕, 물엿 등 단순당 사용... 당뇨 환자, 성장기 아이들 유의
치아 뿐만 아니라 탕후루를 과하게 먹으면 당뇨, 비만 등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탕후루의 시럽은 설탕, 물엿 등 단순당이 이용된다. 단순당은 혈당을 빠른 속도로 올려 당뇨와 비만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미국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도 혈중 중성지방이 높은 이들은 단순당 섭취를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민대 식품영양학과 이민아 교수는 “탕후루는 주재료가 과일이지만 설탕 코팅으로 인해 당 함량이 높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단순당을 많이 먹으면 체내 중성지방 수치를 높여 비만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성장기 학생들이라면 탕후루 과다 섭취는 더욱 금물이다.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선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힌 식습관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민아 교수는 “특히 성장기인 초등학생들은 단순당이 많은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보다는 식생활에 대한 건강한 습관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라며 “과일을 먹더라도 꿀과 설탕을 곁들이는 것보다는 생과일 형태로 먹는 것이 좋고, 설탕이 든 음료보단 칼슘이 많은 우유 등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