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인 두 번 울린 사기…불법으로 탄 '미녹시딜'이 뭐길래
FDA 승인 발모제 '미녹시딜'...화장품에 섞어 판 업체 적발
탈모인의 간절함을 이용한 사기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탈모 관리 제품에 불법으로 의약품 원료를 섞어 제조 판매한 한 유명 탈모센터가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단)은 1일, 강남의 한 유명 탈모센터가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의약품 성분인 ‘미녹시딜’을 포함시켜 제조해 판매해 온 것을 적발해 이 탈모센터 업주를 화장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탈모 관리 제품은 관할 관청에서 인·허가받은 제조업자가 위생적인 시설과 환경을 갖춘 곳에서 기준에 맞는 정량을 섞어 만들어야 한다. 적발된 제품은 업주가 자신의 연구소에서 화장품 제조업소에서 보내온 제품의 뚜껑을 열고 3∼4g의 미녹시딜 가루를 넣어 제조한 뒤 탈모센터 고객들에게 택배로 보내는 방식으로 불법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들과 상담 시 모발검사 결과 후 맞춤형으로 제조한다고 안내했지만 실제로는 모발 검사를 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품을 만든 후 발송했다.
이런 방식으로 불법 제조한 화장품 두 종류에 샴푸, 에센스 등을 한 세트로 묶어 24만원에 판매해왔고, 2019년 7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총 4만6000여개의 제품을 약 39억원을 받고 팔았다.
어떻게 화장품에 넣을 생각을…’미녹시딜’ 뭐길래?
이 사건에서 불법 제조에 활용된 성분인 미녹시딜은 의약품이다. 바르는 발모제로 피나스테리드와 함께 FDA 승인을 받은 단 2가지 약품 중 하나다. 국내 약국에서도 미녹시딜을 이용한 많은 상품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발모 효과는 거의 차이 없이 비슷하다 여겨진다.
미녹시딜은 1950년대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에서 궤양치료제로 개발된 약이다. 궤양보다는 혈관 확장에 효과를 보이자, 추가 연구와 개량을 거쳐 1979년 고혈압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런 효과 검증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부작용으로 연구대상자들에게 다모증이 나타났는데, 바르면 발모에 효과가 있다는 검증이 밝혀져 탈모치료제로 탄생하게 됐다.
미녹시딜이 어떻게 발모를 촉진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모낭을 자극하고 혈류를 증가시키고, 모낭에 산소와 영양소 공급을 원활히 함으로써 모낭의 휴지기를 줄이면서 발모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를 경우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모발이 성장하기까지 2개월 이상 걸린다. 다만 사용을 중단하고 3~4개월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지기도 한다. 유전과 남성호르몬 안드로겐(androgen)이 탈모의 원인인 안드로겐 탈모증에 효과가 있으며 나이가 젊고, 탈모된 기간이 짧은 경우, 탈모 부위가 적은 경우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약물이나 화학요법, 모발관리제품으로 인한 탈모, 10년 이상의 장기 탈모, 선천적인 탈모 등에는 효과가 없다.
바르는 미녹시딜은 부작용으로 두통, 안면부종, 발적, 두드러기 등의 과민반응, 흉통, 다모증, 가려움증, 피부염 등이 있다. 드물게는 저혈압, 심박수 증가, 구역질, 구토, 혈관부종(입술, 혀 등의 부종), 눈의 자극감 등이 일어날 수 있어 사용시 이상 증상이 일어나면 바로 사용을 중단하거나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