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좀비 곰팡이' 확산... 원인은 기후 변화?
대부분의 항진균제에 내성 있어
‘좀비 곰팡이’가 미국에서 급속도로 퍼지며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곰팡이는 이미 전 세계적인 공중 보건 위협 요소로 지목되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 곰팡이가 기후 변화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미국 CBS 뉴스에 따르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플로리다주를 포함한 미국 29개 주의 의료시설에서 ‘칸디다 아우리스(Candida auris)’ 곰팡이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거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는 보고를 받았다.
광학 현미경을 사용해야 볼 수 있는 칸디다 아우리스는 대부분의 항진균제에 내성을 가진 많은 감염의 원인이 되는 효모로, 전 세계적으로 여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곰팡이 감염은 혈류, 상처 및 호흡기 감염을 포함한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사망률은 30~60%로 추정된다.
칸디다 아우리스는 건강한 사람의 신체에는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질환으로 이미 약해진 환자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되는데 환자의 신체에 퍼지며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병원과 요양원에 있는 환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2377건의 임상 확진 사례가 발생했는데, 이는 2017년 이후 12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유럽에서도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2020~2021년 환자 수가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CDC의 의료 역학자인 메간 마리 라이먼은 “발병 건수도 증가했지만 지리적 분포도 증가했다”며 “급증하는 사례 수는 실제 증가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2009년까지 인간에게서 발견되지 않았던 이 곰팡이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기후 변화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14년 전 베네수엘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자연적으로 출현했던 이 곰팡이가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2016년으로 뉴욕주의 병원들에서 발견됐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대부분의 곰팡이 병원균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체온을 유지해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왔다. 그러나 기온이 상승하며 곰팡이도 더 높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내성이 생겨 인간의 저항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칸디다 아우리스에서 이미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존스홉킨스대의 곰팡이 질병 전문가인 아르투로 카사데발 교수는 “우리는 체온 덕분에 곰팡이로부터 엄청난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구가 점점 더 따뜻해지고 곰팡이도 더 높은 온도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일부는 온도 장벽이라고 부르는 것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휴스턴 맥거번 의과대의 감염병학 교수인 루이스 오스트로스키 박사도 “칸디다 아우리스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라며 “의료 환경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잠재적 다제내성 병원균으로, 곰팡이 감염 분야에서 이런 병원균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CDC는 기존의 항진균 치료법에 대한 병원균의 내성과 놀라운 확산 속도를 언급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오스트로츠키 박사는 “이 감염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없다”며 “2주 만에 중환자실 전체에 곰팡이가 퍼지는 것을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감염의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패혈증, 발열, 저혈압 등이 있는데 감염되면 치료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진단하기도 어렵다. 매우 드물어 대부분의 의사들도 질환의 존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스트로스키 박사는 “균은 혈액 검사로 진단하지만 검사에서 절반 정도는 놓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