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마다 답답하고 꽉 막힌 코, 알레르기 비염?
[노윤정 약사의 건강교실]
콧물, 코막힘, 재채기, 코 가려움. 비염의 대표 증상이다. 보통 코가 막히고 답답하면 알레르기비염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코막힘이 알레르기비염 탓은 아니다. 알레르기비염은 특정 물질에 코점막이 예민하게 반응해 코점막의 염증 및 부종으로 코막힘을 유발한다.
그런데 특정 물질이 아닌 급격한 온도 변화나 담배 연기, 맵고 짠 음식 등 비특이적 외부 자극에 코점막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비염도 있다. 바로 ‘혈관 운동성 비염’이다. 혈관 운동성 비염은 코막힘과 콧물 증상은 심하지만, 알레르기비염에서 생기는 발작적 재채기나 눈과 코의 가려움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여름마다 답답하고 꽉 막힌 코, 알레르기비염약만 계속 먹어도 될까?
코감기 비염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비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비염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코 가려움 중 한 가지 이상을 동반하며 코점막에 염증이 발생한 질환이다. 크게 급성비염과 만성비염으로 나뉘는데, 급성비염은 보통 ‘코감기’라고 부르는 바이러스 감염성 비염이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코안을 관찰한 후 ‘비염이 있네요.’라고 말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평소 알레르기비염이 없던 환자들은 속으로 ‘어, 나 비염 없는데?’라고 생각하고 이 궁금증을 종종 약국에서 묻기도 한다. 급성비염은 잘 쉬고 잘 먹으면 감기가 낫는 것처럼 1~2주 안에 자연스레 회복된다. 그러나 스트레스, 야근 등으로 코감기를 앓는 기간에 제대로 쉬지 못하면 만성 감염성 비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이나 영양상태 불량으로 코점막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초기 코감기와 비교해 열이나 근육통 등은 거의 없지만, 감염성 비염의 특성상 머리가 무겁거나 멍해서 졸린 느낌이 계속될 수 있다. 부비동염 등으로 장기간 비염이 이어져도 만성 감염성 비염으로 이어진다. 이럴 땐 원인이 된 상황을 치료해야 한다. 약국에서 파는 코감기약에는 감기로 인한 근육통이나 몸살 등을 해소하기 위해 해열진통제가 함께 들어간다. 따라서 코감기약을 먹으면 머리가 묵직한 느낌이 사라져 ‘감기가 낫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2주 이상 코감기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해결법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특히, 부비동염 등이 원인이라면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다 약국에서 코감기약을 구매할 때 가능하면 현재의 상태와 기존에 약을 복용한 기간을 약사에게 정확히 알리는 게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코막힘이 심한 혈관 운동성 비염, 과도한 혈관수축 비강 분무액 사용 주의해야
만성비염 중 비감염성 비염으로 구분되는 것이 알레르기비염과 혈관 운동성 비염이다. 알레르기비염은 특정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레르기 반응을 막는 세티리진(성분명, 제품의 이름은 매우 다양함)등의 항히스타민제가 효과적으로 증상을 개선한다. 혈관 운동성 비염 또한 콧물이 심한 상황이라면 항히스타민제 복용이 도움 된다. 그러나 코막힘이 심하다면 일반 항히스타민제가 특별한 효과가 없다. 이럴 때 약국에서 많이 찾는 게 코안의 혈관을 수축시켜 빠르게 코막힘을 완화하는 성분(옥시메타졸린, 자일로메타졸린 등)이 함유된 비강 분무액이다.
코막힘으로 잠자는 게 힘들거나 낮에 업무 중에 말하는 데 불편함을 겪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 각성분마다 효능이 발현되는 시간은 조금 다른데, 가장 빠른 건 단 25초 만에 코가 뻥 뚫린다고 광고한다. 이러니 한 번 사용해 본 분들이 계속 찾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성분의 비강 분무액은 과도하게 사용하면 자율신경이 망가져 더 이상 코안의 혈관이 약에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코막힘이 전보다 심해지는 반동성 비염이 발생한다. 쉽게 말해, 같은 약을 사용해도 예전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증상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약의 설명서에는 주의사항으로서 비강 분무액을 3일 이상 사용해도 호전이 없으면 약을 중단하고, 코막힘이 해소되더라도 7일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7일 이상 사용해야 할 정도로 코막힘이 심하다면 병원에 방문하여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법을 다시 논의하는 게 현명하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약을 구매할 때도 가능하면 증상이 언제 시작되어 여기까지 왔는지를 약사에게 자세히 이야기하는 게 좋다. 그래야 현재 상황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의 건조감으로 코막힘이 심하게 발생하는 사람이라면 코막힘을 해소하는 성분 대신 코안을 촉촉하게 해주는 비강 분무액을 추천하거나 코 세척 방법 등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 오래된 비염으로 약국의 약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면 판단되면, 병원 진료를 권하기도 한다. 겉보기 증상은 비슷해도 시작은 다를 수 있다. 가벼운 질환은 그 시작을 전문가와 공유하는 게 치료 방향 설정에 중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