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독감 백신’ 나올 정도…역대 최장기간 유행 이유는?

감염내과 전문의 “팬데믹으로 항체 만들어질 틈 없었을 것”

한여름 독감 유행이 이례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여름에 때아닌 독감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 9월 16일 발령된 독감 유행주의보가 10개월 넘게 유지될 정도다. 표본 감시체계를 구축한 2000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독감은 38℃ 이상의 발열, 근육통, 두통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일반 감기와 다르게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 건강한 성인이라도 2~3일 동안은 앓아 누워야 할 정도다. 어린이는 식사와 수면이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올해 28주차(7월 9~15일)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 당 16.9명으로 3주 연속 증가세다. 여름철에 접어들면 독감 유행이 감소하는 예년과 다르게 올해는 유행이 길어지고 있는 것.

연령별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발생 현황 [자료=질병관리청]
질병청은 독감 유행의 장기화 이유를 휴가 기간 중 사람의 접촉, 이동이 늘어나고 밀폐된 장소에 모이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다만 사람들이 매년 휴가를 가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분석은 설득력이 충분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지금 여름 독감의 유행이 이례적인 것은 맞지만, 사실 최근 2~3년간 이상하리만큼 독감이 유행하지 않았던 것을 먼저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감의 유행세가 꺾이려면 자연 감염이나 백신 접종을 통해 일정 숫자 이상의 사람들에게 항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강화로 너무 오랫동안 독감 유행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항체가 미처 형성되지 못했다는 게 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더군다나 지금 주로 감염되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집단생활을 하면서도 백신 접종에 성실하게 임하지는 않기 때문에 항체 형성이 더뎌지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독감 유행 장기화에 제약사도 빠르게 대응했다. 28일 GC녹십자는 독감백신 ‘지씨플루’의 국내 출하를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GC녹십자의 원액을 사용해 생산하는 한국백신의 ‘코팍스플루4가PF’ 제품도 26일 식약처의 국가출하승인을 획득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4계절 내내 독감백신을 생산하기에 신속한 백신 공급이 가능하다”며 “독감 유행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일조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GC녹십자는 올해 약 174만 회 분량의 독감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다.

한편, 독감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면역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수면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여름철 냉방기기의 찬 바람을 직접 쐬는 것을 피하고 긴소매 옷이나 담요로 일정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항체 생성을 위해 독감 예방 접종도 중요하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합병증의 위험이 있는 만성 심장·폐 질환자, 아스피린을 자주 복용하는 어린이, 집단생활을 자주 하는 학생 등에게는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닥터콘서트
    장자원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