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야무지던 사람이 갑자기 우유부단... '혹시?'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우울증 #1
우울증은 심리적 독감이라고 부를 정도로 매우 흔한 장애이다. 연구에 의하면 여성의 20%, 남성의 10% 정도는 심각한 정도의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약 10-20% 정도의 청소년들도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은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면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이는 아주 치명적인 정신장애다.
그렇다면 임상적으로는 우울증을 어떻게 분류하고, 그에 대한 진단 기준은 무엇일까? 혹시라도 “나는 소리 없이 치명적인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상태는 아닌가?” 임상적으로 다양한 우울증이 있지만,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는 우울장애는 주요우울장애와 기분부전장애이다.
주요우울장애는 우울증의 가장 심각한 증세로, 다음에 제시되는 우울증 판단 기준 중 9가지 증상 중 1항과 2항의 증상을 필수로 포함하여 5개 이상의 증상이 거의 매일 연속적으로 2주 이상 나타나고, 사회생활의 어려움, 직업적 어려움, 일상 심리적인 기능에서 심각한 고통이나 손상을 경험하고 있으면 주요우울 장애에 해당된다. 개인이 주요 우울 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경우에는 자살 위험 등 심각한 상태이기에 즉각적으로 정신과적인 치료와 지지적인 심리 상담이 필수다.
그러나 만성적인 우울증 즉 기분 부전 장애는 주요우울장애보다 경미한 증상이 2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서 나타나는 경우다. 대체로 식욕부진이나 과식, 불면이나 과다수면, 활력의 저하나 피로감, 자존감의 저하, 집중력의 감소나 결정의 곤란, 절망감 중 2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면 기분부전장애로 간주한다.
이와 같은 만성적인 우울증도 심리 상담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 혹시 자신이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지 않나 고민하는 분들은 다음의 주요우울증 진단기준을 참조해서 자가 진단을 시도해 보기 바란다.
주요우울증의 진단기준은?
(1) 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이 주관적, 객관적 관찰에서 드러난다. 즉 기분이 저조하고 가라앉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소아와 청소년은 성인과는 달리 과민한 기분으로 나타나고 주위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특히 청소년들이 부모에게 반항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면, 청소년들의 내면에서는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2) 거의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를 잃거나 의욕이 없다. 즐거움을 못 느끼고 기분이 저조하다. 다른 말로 하면 일상생활에 투자할 심리적인 에너지가 없고 고갈된 느낌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기분이 저조하다가 회복되지만, 주요 우울 장애에 시달리면 이러한 상태가 온종일 지속되고 회복이 안된다.
(3) 체중 조절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식욕이 감소하고 음식을 먹지 않아서 체중감소가 일어난다. 또는 우울한 기분을 음식으로 달래고 회피하려다 보니 과식을 해서 체중이 증가한다. 대체로 2개월 사이에 갑작스럽게 자신의 몸무게가 5% 정도의 변화가 있으면 주요우울증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알아차려야 한다.
(4) 우울증의 주요증상은 불면증이거나 과다수면이다. 불면증의 현상은 내면적으로 끊이지 않는 과거에 대한 후회, 원망,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기에 우리 두뇌가 밤에도 휴식을 못 한다. 과거의 일이나 사건에 관한 생각을 되새김질한다. 이렇게 되면 두뇌에 생각의 불이 꺼지지 않기에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신체는 휴식이 필요하기에 잠을 자지 못한 것에 대한 보충 잠을 대체로 낮에 잠을 잔다. 이렇게 되면 밤에는 더 잠을 자지 못하고 밤과 낮이 바뀌는 삶을 한다. 또한 과다수면에 빠지는 심리는 모든 것에 의욕을 잃다 보니 자신의 방이나 침실로 철회해서 포기하는 심정으로 있다 보니 이불을 뒤집어서 쓰면서 과다수면 상태에 빠진다.
(5) 거의 매일 심신이 초조하고 좌불안석 또는 처진 느낌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불안에 관련된 증상이다. 흔히 우울증의 사촌은 불안증이라고 하는데, 우울한 감정에 빠지면 미래와 자신의 안전에 대한 불안한 감정이 싹트는 것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뛰는 일종의 불안 증상과 비슷한 증상이 우울증과 겹쳐서 나타난다.
(6) 거의 매일 심신이 피로하고, 삶에 대한 활력이 없고 상실감을 느낀다. 우울한 사람은 수면 문제, 식욕 문제, 삶의 의욕이 없으니 직장도 그만두거나 포기하고 생산력과 활력도 상실된다.
(7) 거의 매일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게 부적절한 죄책감을 느낀다. 사실 우울증의 핵심은 자신과 세상과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다. 자신의 존재는 살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울증은 자신에 대한 기대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그 기준을 가지고 자신을 공격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일종의 자신에 대한 심리적인 학대이며 자신을 향상 심리적인 공격이다. 또한 우울한 사람은 과도하게 자신 탓을 하면서 죄책감을 느낀다.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게 양심적인 경우도 있다.
(8) 거의 매일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을 보인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손이 안 잡히고, 집중을 못 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러한 현상은 한 가지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연상 작용이 일어나서, 그러한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초기에 생각했던 것에 대해서 집중이 안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내면에서는 삶에 대한 후회, 원망, 복수심, 자책, 죄책감 등의 해결되지 않은 복잡한 생각이나 삶의 주제들에 휩싸이다 보니 집중력이 상실되고, 닥친 일에 관한 결정을 못 하고 망설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우유부단함처럼 보인다.
(9) 반복되는 죽음에 관한 생각, 특정한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사고, 또는 자살 기도나 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우울의 가장 두려운 면은 반복되는 자살사고, 자살 충동, 그리고 실제로 자살하는 행동으로 사망에 이르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힘들면 “아 죽고 싶다.”, “차라리 죽어 버릴까?” 하는 순간적인 자살에 대한 사고가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실제로 자해하거나 자살하는 행위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에 반해 치명적인 자살사고는 자살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이다. 예를 들면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거나,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등 자살 계획이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또한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과거에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혹시라도 자신에게서 자살사고가 구체적이거나 과거에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자살에 대한 위험이 아주 크다는 것을 알고 즉각적으로 정신과 치료와 우울증에 대한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위의 우울증의 증세를 2년 이상 경험하면서도 실제로 자살 시도는 하지 않거나 우울한 증상만 보이는 사람은 만성적인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기에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심리적인 감기처럼 찾아오는 우울증이지만, 자신이 치명적인 주요우울증의 증상을 경험하고 있지 않지 않나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회에서는 우울증의 원인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에 관해서 제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