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두려운 중증 천식 환자, 삶의 질 높아질까

치료제 5종 중 단 1종만 급여 적용... 그마저 허가 후 13년 걸려

중증 천식 환자는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럽고 두렵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증 천식 치료제 급여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와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증 천식 환자 삶의 질’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지영구 이사장이 좌장을 맡은 이날 행사에서는 ‘치료 사각지대’에 있는 중증 천식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죽음 문턱에서 숨 고르는 중증 천식 환자들

천식은 폐 속에 있는 기관지가 예민해지는 병이다. 염증으로 기관지가 좁아지면 호흡곤란, 기침, 천명(쌕쌕거리는 거친 숨소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염증 치료를 꾸준히 하지 않으면 폐기능이 정상인보다 빨리 감소한다. 일상 생활에서 바이러스, 곰팡이,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등 염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마주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중증 천식’ 환자는 이 중에서도 병의 증상이 심한 환자를 말한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서는 ‘고용량 흡입 스테로이드-지속형 베타작용제 복합제를 최적화하여 사용하고 있음에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거나, 치료 용량을 줄이면 악화되는 경우’를 중증 천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증 천식 환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장자원 기자

이날 토론 패널로 나선 이대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김민혜 교수는 “호흡곤란이라고 하면 그냥 ‘숨 쉬기 불편하구나’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천식 환자들은 수영장 한 바퀴를 잠영으로 돌고 나서 숨을 들이쉬고 싶은 상태를 분기에 한번꼴로 겪는다”며 “평생 한 번만 겪어도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의 고통”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엔 실제 중증 천식 환자들이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50대 중반에 천식 진단 후 17년 동안 치료 중이라고 밝힌 한 환자는 “손자를 유치원 버스에 데려다주는 200미터 거리가 숨이 차서 자동차를 사용했을 정도”라며 “천식이 힘들고 어려운 병이라는 건 경험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치료 과정도 쉽지 않고 살고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발작적으로 기침을 할때면 손자는 할머니가 죽을까봐 겁에 질린 채로 울었다. 숨 쉬고 걷는 가장 기본적인 게 두려웠다. 지옥같은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환자들에겐 고용량의 스테로이드가 처방된다. 단기간에 염증을 완화하고 발작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대부분의 중증 천식 환자들은 스테로이드의 영향으로 체중증가, 감정기복, 골다공증, 당뇨, 고혈압 등의 부작용을 한 가지 이상 경험한다. 월상안(얼굴이 달덩이처럼 붓는 것), 지방 재배치 등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 변화도 심해 사회적으로 위축되기도 쉽다.

이러한 위험에 세계천식기구(GINA)에서도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부작용 위험이 커 가능한 장기간 사용을 피하도록 하고 있다.

비중증 환자 대비 10배 비용…한달 80만원 부담스런 환자 많아  

물론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생물학적 제제(생물체에서 유래한 재료로 만든 의약품)를 사용한 대체 약품이 개발된 것. 김민혜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생물학적 제제는 “의사와 환자 모두 주사 한 번에 효과를 체감할 정도로 극적인 변화를 준다”. 앞서 천식 경험을 나눈 환자도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고 나선 손자를 데려다주며 달리기 시합을 할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며 “기적을 맛본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용이 만만찮다. 일반적으로 중증 천식에 사용되는 오말리주맙, 두필루맙, 벤라리주맙, 레슬리주맙, 메폴리주맙 중 국내에서 급여가 적용되는 약제는 오말리주맙 하나다. 그마저도 2007년 허가 이후 2020년 급여가 적용되기까지 1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5년 전 천식 진단을 받았다는 67세의 환자는 “한 달에 한 번 주사 맞는 비용에 진료비를 더하면 80만원 가까운 돈이 나간다. 달마다 받는 연금이 13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지출”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에 따르면 현재 중증 천식 환자는 비중증 환자 대비 10배의 약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는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비용을 제외한 것으로, 신약 비용을 포함하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생물학적 제제의 급여화를 요구했다. 남은 신약 4종에 대한 급여 적용을 빠르게 추진해 다양한 증상을 치료하자는 것.

패널로 참여한 보건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은 "하반기 내 최소 1종의 약제화를 급여화할 것"을 약속했다. 장자원 기자

보건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은 “현재 신약 1종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를 마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최종 협상 단계에 있다”며 “통상 협상이 두 달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하반기 내에 급여권 진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중증 천식 치료제의) 급여화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환자들의 말을 듣고 건강보험이란 제도가 왜 필요한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빠른 급여화를 통해 좋은 소식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합병증 감수하며 천식약 먹어… “중증 환자 지원 절실”(https://kormedi.com/1586444/)]

    장자원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