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 병원, 일본도 한국도 아닌 이곳 병원

[김영훈의 참의사 찐병원] 아시아의 세계적 병원들

싱가포르 종합병원(Singapore General Hospital, SGH)

《뉴스위크》의 세계 병원 랭킹에서 아시아 1위는 어디일까? 일본의 병원을 떠올리겠지만, 영광은 싱가포르의 병원이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종합병원(SGH)은 2019년 《뉴스위크》의 세계 병원 순위에서 3위에 오른 뒤 꾸준히 톱10 을 지키고 있는, 아시아 최고 병원이다.

1821년에 세워져 1926년에 종합병원으로 개원했다. 싱가포르 전체 공공 병상의 4분의 1을 맡고 있으며, 매년 80여만 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한다. 2005년 이후 미국의 듀크대학과 같은 커리큘럼과 교수 인력을 공유하는, 국립 싱가포르대학의 부속 병원이 되면서 좋은 인재가 몰리고 병원의 인적 서비스가 좋아지면서 세계적 Top 10 병원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대한민국 의대의 인지도와 수준을 높이는 데에도 참고할 만하다.

싱가포르에선 응텡퐁(Ng Teng Fong) 종합병원도 주목해야 할 병원이다. 700개 병상이 있는 병원으로 설계 시점에서부터 환자 위주로 설계돼 700개의 병상에 700개의 창문이 있다. 아마도 세계 유일의 ‘1 환자 1 창문’이지 않을까 싶다. 외래 환자 클리닉 절차 간소화, 신속하고 정확한 응급 치료, 고령 환자 친화적 기능을 갖춰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건설되는 미래 병원의 구조에서 특히 참조해야 할 병원이다.

대형 종합병원으로서 전세계 의료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병원으로는 우드랜드 헬스 캠퍼스(Woodlands Health Campus: WHC)를 들 수 있다. 11만 6000평의 대지 위에 지상 7층, 지하 4층의 8개 병동이 올해 완공을 목표로 신축 중인데 우리나라 쌍용, 대우건설이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총 1500개 병상이지만 상황에 따라 1800개 병상까지 늘어난다.

이 병원의 특징은 병원 전체가 하나의 헬스 캠퍼스로 조성된다는 점이다. 모든 시스템이 스마트 기술, 자동화 및 IT로 움직인다. 음식·가사·장비 배달을 위한 물류는 로봇으로 자동화되고 의료진은 환자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환자가 온라인으로 체크인, 등록, 약품 주문, 지급 프로세스를 진행하여 불필요한 수기 작업을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환자는 손목 밴드 형태의 기기를 착용해 병원 수속부터 진료 후 가정에서까지 활력 징후(Vital Sign)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특이 상황 발생 시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스마트 시스템을 표방하고 있다.

바이털 사인은 재활 세션, 약물 복용 시간, 심장 박동 및 수면 패턴 모니터링 등을 점검한다. 나아가 원격 진료 체계(Telehealth and Video Conference)를 통해 원격 진료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지만, WHC가 개원하면 글로벌 병원 순위가 요동 칠지도 모른다.

그만큼 WHC는 스마트와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많은 의료인과 건축가들의 탐방 코스가 될 것은 분명하다.

EICU(Electronic Intensive Care Unit)를 최초로 연 미국 병원은 ‘UMass 메모리얼 메디컬 센터‘이다. 말 그대로 원격으로만 중환자실 환자의 바이털 시그널을 24시간 모니터하여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면 환자가 나빠지기 전에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EICU로 환자들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중환자실 체류 시간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퇴원 후에 재활 센터보다는 집으로 돌아가는 환자가 많아지면, 결국 의료비 지출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고 하니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뉴스위크》의 세계 병원 톱 10에 들지는 않았지만, 일본의 도쿄대병원(東京大病院)은 싱가포르 종합병원 못지않은 권위를 자랑하는 곳으로 10~20위를 오르내린다.

필자가 주목하고 있는 병원 중 하나는 일본 도쿄여자의과대학병원(東京女子醫科大學病院)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 교육기관이었던 조선여자의학강습소(1928년)가 오늘날 고려대 의대의 전신이기에 이 학교가 남 다르게 다가온다.

여의사였던 요시오카 야요이(吉岡彌生 1871~1959)는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를 높이기 위해 1900년 도쿄여자의과대학을 세웠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훗날 그녀는 학교를 창립한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메이지 시대(明治時代)라 하면 남존여비 풍조가 강하고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아직 인정되지 않은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근대화하는 가운데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은 필요했지요. 이를 위해서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업무를 가지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여성에게 적당하고 이들 조건을 충분히 만족한다고 생각해 여성을 전문으로 한 의학 교육 기관을 설립했습니다.”

도쿄여의대에는 일본에 꼭 필요한 여성 전문가를 양성하고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의료 기관으로 성장한다는 창립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후 우수한 교육을 통해 의사들을 배출하고 현대적 시설을 갖춘 부속 병원을 만들어 일본 의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37개의 진료과와 10개의 센터를 보유한 대형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각 센터는 장기별 질환의 전문가들로 팀을 편성해 내과, 외과 구별 없이 진료하는 시스템이며 연구기관으로서도 많은 업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1975년에 일본 최초의 통합 당뇨병 센터를 설치해 당뇨병성 합병증의 예방과 치료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일본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병원은 쓰치우라협동병원(総合病院土浦協同病院, Tsuchiura Kyodo General Hospital)이다. 도쿄 북동쪽 이바라키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1948년에 설립됐으며 2016년에 신관 병원을 완공했다. 2018년 필자의 친구 요시타 이에사카(吉田家坂)가 원장으로 근무할 때 방문했으며 ‘부정맥의 최신 치료법’에 관해 강의하고 뜨거운 토론을 한 기억이 있는 곳이다. 수술실은 하이브리드 수술실 중 최대 규모인 18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으며, 혈관 조영술실은 4개의 심장 리듬 센터를 포함한 8개의 방으로 구성되었다. 고도의 의료 서비스를 비롯해 고품질 의료를 제공하는 지역 핵심병원으로 암 센터와 종합 모자(母子) 의료 센터가 강점으로 꼽힌다. 지역이 필요로 하는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미션이 인상적이었다.

싱가포르의 병원이 환자 중심으로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일본의 병원들은 저마다 특성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의 병원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김영훈 교수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