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병리 비용부담에 대형병원도 몸살..."정부가 지원 나서야"
대한병리학회·의료기기산업협회 정책간담회 개최
국내 암 환자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선 디지털 병리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병리학회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19일 국내 디지털 병리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디지털 병리, 대한민국 암 관리에 앞장섭니다’를 주제로 산업 및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개선방안을 논의한 것.
병리는 내시경 등을 활용해 채취한 조직이나 세포를 검사해 병이 생기는 원인과 병에 따른 변화를 추적하는 분야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진단을 내리고 치료방침을 정하는 중요한 단계다.
기존 진단 과정은 유리 슬라이드에 검체를 얹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중증질환 환자의 진단과 예후 파악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절차가 번거로운 것은 물론 보관도 골치 아프다. 암은 재발의 위험이 커 슬라이드를 보관하며 환자의 예후를 추적하고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디지털 병리’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디지털 병리는 디지털 스캐너를 이용해 슬라이드를 이미지로 변환해 진단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장소와 시간적 제약 없이 슬라이드 이미지에 접근이 가능해 검사 시간 단축과 보관에 효율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 연자로 나선 대한병리학회 이경분 정보이사(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는 “국내 의료 환경에선 기관 간 이동이 자유로워 디지털 병리를 통해 자료를 공유하면 환자가 부담할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여러 기관이 함께 도입해 정보 공유 플랫폼을 갖추면 국내 사망 원인 1위인 암의 치료와 관리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병리의 적극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었다. 디지털 병리 시스템은 디지털 스캐너 구입이 끝이 아니다. 디지털 이미지를 읽고 분석할 컴퓨터와 모니터는 물론 분석 소프트웨어, 자료 저장용 서버 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몇 억 단위의 초기 비용이 들어간다.
이 정도 비용을 병리과에 투자할 수 있는 병원이 국내에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2019년 디지털 병리 솔루션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이후 도입이 시작됐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실제 도입한 것은 일부 대형병원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대한병리학회 디지털병리연구회 정찬권 대표(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적절한 보상 체계가 없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물론 이미 도입한 병원도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의료 수가 체계를 개선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