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약물' 케타민, 우울증 치료에 특효?
케타민 처방 환자의 20%는 완전 완화, 3분의 2는 50% 이상 완화
환각효과가 있어 과거 ‘파티용 약물’로 남용되던 마취제 케타민이 난치성 우울증 치료에 특효를 보인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정신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에 게재된 호주와 뉴질랜드, 미국, 독일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수행된 이번 연구에서 케타민을 처방받은 난치성 우울증 환자의 20%는 완전한 증상 완화 효과를 보였고, 3분의 2는 최소 50% 이상의 개선효과를 보였다. 이는 대조군에서 2%만이 완전한 증상 완화를 보인 것과 비교했을 때 획기적 치료 효과다. 이번 연구는 치료 내성을 지닌 우울증 환자에 대한 케타민 약효를 검증한 최대 규모의 임상시험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치료 내성을 지닌 우울증 환자 179명이 참여했다. 다른 약물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로 전기경련요법(ECT)을 받은 사람들도 포함돼 있었다. 모든 참가자는 한 달 동안 일주일에 2회씩 케타민 또는 위약을 주사로 맞았다. 환자와 약을 투여하는 연구진도 자신이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를 모르는 이중맹검 임상시험이었다.
논문의 제1저자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콜린 루 교수(정신의학)는 “케타민은 지난 80년간 우울증 관련 최고의 치료제”라고 말했다. 그는 “흥미롭게도 ECT와 케타민처럼 우울증에 효과적인 치료법은 뇌에 비슷한 영향을 준다”면서 “미시적 차원에선 뇌 세포(신경세포)를 건강하게 해주고 뇌 세포 간의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고, 거시적 수준에선 뇌 회로가 기능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케타민의 효능이 속도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논문은 이와 관련 치료 내성 우울증환자에게 케타민을 임상처방해온 뉴욕대 의대의 댄 이오시페스쿠 교수(정신과)의 다음과 같은 발언을 인용했다. “우울증 치료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전통적인 항우울제가 효과가 있을 때도 실제로 임상적인 이점을 제공하기까지 몇 주에서 심지어 몇 달이 걸린다는 것이다. 실제 어떤 항우울제가 맞는지 확인하는 데만 6주~8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케타민의 효과는 그보다 빠르게 나타난다.”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케타민의 효능은 현재 의학계에선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모든 사람이 케타민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다른 정신질환도 있는 사람에겐 적합하지 않다. 또한 효과가 비교적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무기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여기에 투약에 시간이 많이 들며 케타민 가격이 몹시 비싸다는 한계도 있다. 호주에서는 특허를 받은 S-케타민 비강 스프레이 1회 투여 때마다 약 800달러가 들며 안전함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료로 300달러 안팎의 비용이 추가된다.
연구진은 5달러 정도의 적은 비용이 드는 일반적인 케타민을 사용했지만 추가적인 의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호주에서는 1회 투약할 때마다 약 350달러가 들 수 있다. 미국에서는 우울증에 대한 케타민 처방이 ‘오프 라벨 처방’(승인된 증세 외 처방)으로 이뤄지기에 의료보험이 혜택을 못 보는 경우가 많아 1회 투여 때마다 평균 수백 달러가 든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the-british-journal-of-psychiatry/article/efficacy-and-safety-of-a-4week-course-of-repeated-subcutaneous-ketamine-injections-for-treatmentresistant-depression-kads-study-randomised-doubleblind-activecontrolled-trial/FDBAEC51F0891B57F5B04C572D13DA17)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