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진료 시 보건의료인 면책 법안 힘받나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연숙 의원(국민의힘) 대표발의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행정당국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의료진 책임 부담 완화를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응급실 사고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내 폭행, 협박 등을 막으려면 응급의료기관 의료진과 종사자들의 법적 보호를 위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연숙 의원(국민의힘)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의료기관 및 응급의료기관 보안인력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에 배치된 보안 인력의 구체적 직무를 규정하고, 직무 수행으로 인한 민·형사상 소송 시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응급의료기관장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법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지정 기준에 따라 시설·보안인력·장비 등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보안인력의 직무와 직무수행 지원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이들이 폭행이나 협박 등을 당하더라도 실직적 조치에 어려움이 있었다.
보안인력이 불가피한 조치로 상대를 사상(死傷·죽거나 치명적 부상을 입는 것)에 이르게 할 경우 정상을 참작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형사상 면책을 통해 보건의료인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이끌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폭행·협박 등 금지 대상이 의료인과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으로 한정적이었다. 이에 이번 개정안은 폭행·협박 등 금지 대상을 보안인력과 행정직원을 포함한 의료기관, 응급의료기관 전체 종사자로 확대했다. 의료법과 달리 응급의료법상 누락돼있던 환자도 폭행·협박 등 금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의료법상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선 의료인,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뿐만 아니라 환자도 폭행·금지 대상에 속한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의료행위를 받는 응급환자에 대해선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최연숙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의료기관에서 5대 강력범죄인 살인, 강도, 강간·추행, 방화 사건은 총 1822건 발생했다. 2017년 277건, 2018년 310건, 2019년 397건, 2020년 396건, 2021년 442건으로 늘었으며, 5년간 59.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연숙 의원은 “최근 의료기관과 응급실에서 범죄가 급증해 의료행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를 제지하기 위해 투입된 보안인력이 법적 근거가 부족 등의 이유로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고 방패막이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의료기관 및 응급의료기관에서의 폭행·협박 금지 대상을 확대하는 등 안전을 강화해 원활한 진료를 통한 국민 건강 증진을 이루고자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