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전자' 억제... 몸 속 콜레스테롤 내보낸다 (연구)
간에서 Cdkal1 유전자 억제, 콜레스테롤 배출 도와
간에서 특정 유전자를 억제시키는 방법을 통해 몸 속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배출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진의 결과가 발표됐다. 이로써 동맥경화를 막고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상학 교수 연구팀은 간의 Cdkal1 유전자를 억제하면 HDL 수용체가 늘어나 콜레스테롤 배출이 활발해진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에 게재됐다.
죽상동맥경화증은 동맥벽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악화되면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경색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콜레스테롤은 소화액인 담즙을 만드는 데 쓰이거나 각종 스테로이드 호르몬, 비타민 D의 재료로 사용된다.
체내 콜레스테롤은 지질단백질인 저밀도지단백(LDL)과 고밀도지단백(HDL)과 결합한다. 이들은 몸속 콜레스테롤의 이동에 관여하는 지질단백질이다. LDL은 간에서 장기로 콜레스테롤을 전달하는데, 장기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혈관의 대식세포가 이를 흡수하면서 동맥경화 등을 유발한다.
반면 HDL은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전달해 담즙으로 쓰이도록 하는 대표 성분이다. 콜레스테롤이 혈관의 세포에 쌓여 질환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기능을 ‘콜레스테롤 유출능’(cholesterol efflux capacity)이라고 하며 유출능이 좋을수록 심혈관질환 발생이 적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연구팀은 2018년 700여 명 대상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Cdkal1 유전자가 콜레스테롤 유출능과 관계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간에서 Cdkal1 유전자를 제거한 마우스(실험용 쥐)와 대조군 마우스 피에서 콜레스테롤 유출능을 비교했다. 콜레스테롤을 흡수한 대식세포를 각 마우스 피로 처리한 뒤 대식세포 밖으로 유출되는 콜레스테롤 양의 차이를 확인했다. 그 결과 Cdkal1 유전자 제거 마우스 혈액을 사용했을 때 콜레스테롤 배출량이 27% 높았다.
콜레스테롤을 흡수한 대식세포를 마우스 몸 안으로 넣은 뒤 콜레스테롤이 담즙을 통해 대변으로 배설되는 양도 Cdkal1 제거 마우스에서 최대 42% 높았다. 또 Cdkal1 유전자 제거 마우스가 동맥경화 면적도 작은 경향을 보였다.
간에서 Cdkal1 유전자 제거했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분석한 결과 HDL 대사에 관여하는 단백질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그중 대표적으로 HDL 수용체인 SR-B1 단백질이 증가해 HDL로부터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넘겨받는 등 콜레스테롤 배출이 활발한 것이 확인됐다.
이 교수는 “간에서 Cdkal1 유전자가 억제되면 대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 콜레스테롤이 늘어난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동맥경화를 억제할 수 있는 핵심적인 매커니즘인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이어 “콜레스테롤 배출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가운데 Cdkal1 유전자의 기능을 밝혔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동맥경화 예방과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