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암질환 전문가 김열홍 사장 영입 '신의 한 수'일까?
암질심 위원장 경력 살려 '렉라자' 폐암 1차 급여 확대에 영향력 기대
유한양행이 지난 3월 영입한 김열홍 R&D 전담 사장의 역할에 제약업계의 관심에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영입된 김열홍 사장은 고려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암 연구 및 치료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의 석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지정 폐암·유방암·난소암 유전체연구센터 소장, 한국유전체학회 회장,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암센터 센터장, 대한 암학회 이사장, 아시아암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유한양행은 김열홍 사장 영입을 통해 종양 관련 질환군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종양, 대사질환 및 중추신경계(CNS) 분야는 유한양행이 연구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3대 전략 질환군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지난 2021년에 2차 치료제로 허가가받은지 2년 5개월만에 1차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에 성공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임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렉라자에 대한 급여기준을 설정하면 사실상 1차 치료제로 급여를 인정받게 된다.
렉라자의 경쟁상대로 평가받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지난 2018년 식약처로부터 EGFR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바 있다. 이후 1차 치료제로 급여기준 설정에 도전했지만 4번은 실패하고 5번째만인 지난 3월에 암질심을 통과했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적정성 심의, 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및 고시 등의 절차만 넘으면 타그리소는 비소폐암치료제 1차 치료제로 급여를 인정받게 된다.
유한양행 김열홍 사장 암질환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경력 등으로 제약업계에서는 신의 한 수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암질심은 항암제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적용 여부를 사실상 결정하는 위원회다.
2년 임기인 암질심 위원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환자단체연합회,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등 13개 단체로부터 혈액종양 및 보건경제 분야 전문가를 추천받아 총 45명 이내로 구성된다. 의료계 추천으로 암질심 위원에 위촉된 임상의사는 국내 암 질환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다.
김열홍 사장은 암질심 위원으로 12년간 참여해 왔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은 위원장을 역임한 국내 최고 수준의 암질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암질심 위원들에게 유한양행의 렉라자를 비소폐암 1차 치료 급여를 인정받기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사로 제약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업계와 의료계 등에서 폐암치료제 1차 시장은 3~6천억원 규모로 추정하는 만큼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급여를 인정받게 되면 국내에서 연 매출 1천억원 이상의 초대형 약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영홍 사장 영입이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 이유는 유한양행의 연구개발 전략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제약업계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도 바이오벤처인 오스코텍에서 기술 도입한 후 비소세포폐암치료제로 개발하고 이를 다시 얀센에 시술 수출했다.
최근 김열홍 사장은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열홍 사장은 12일 서울 코엑스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BIX) 기조강연에서 “유한양행은 앞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할 때 전략적(SI) 투자는 배제하고 유망한 후보물질이라면 직접 라이선스 인하거나 투자 파트너링 기업의 최대 주주로 오르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소규모 지분투자는 앞으로 지양하고, 유망 파이프라인을 직접 도입하거나, 파트너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최대주주로 오르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김열홍 사장 영입이 신의 한 수로 평가받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렉라자의 1차 급여 기준 설정에 있다. R&D 전략의 수정에 대한 평가는 오래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만간 열릴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