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욕심이 만든 세계적 천재의 끝은?
[이성주의 건강편지]
11세 때 하버드대에 입학했고, 25가지 언어를 구사했던 천재. 비율지능지수(Ratio IQ. 정신연령을 실제나이로 나눈 비율에 100을 곱한 지능지수)는 300이 넘고, 요즘 IQ로 통용되는 편차지능지수(DIQ. 같은 생활연령의 아동 가운데 한 아이의 상대적 지능지수)는 250~300이었던 미국사의 손꼽히는 천재. 1944년 오늘(7월 17일) 미국 보스턴의 작은 아파트에서 그 천재, 윌리엄 제임스 사이디스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집주인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둡니다.
사이디스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유대인 부모가 '공들여 만든' 천재였습니다. 돌 무렵 영어 알파벳을 익혔고 3세 때 특수 의자에 앉아 타이핑을 했으며 4세 때 라틴어 판 《갈리아 전기》와 희랍어로 쓰인 호메로스의 작품들을 읽었습니다. 여덟 살 때 9가지 언어에 통달했고 스스로 ‘벤더굿’이라는 언어를 개발했습니다. 열한 살 때 하버드대에 입학했다가, 교수들로부터 아이의 정서가 수업을 듣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거부당했지만, 부모의 온갖 노력으로 2년 뒤 대학생이 됐습니다. 16세 때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수학과 석사 과정을 밟다 왕따를 당해 텍사스 휴스턴의 라이스대 수학 강사로 옮겼지만 그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다, 하버드대 로스쿨로 돌아옵니다. 언론은 사이디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고, 사이디스의 부모는 한편으로 이를 즐기며 아들이 세계사에 큰 발자국을 남기기를 기대했습니다.
허나 사이디스는 사랑도, 일탈의 자유도 없는 이런 삶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완전한 삶은 은둔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나중의 삶을 뚱깁니다. 그는 1919년 사회주의 집회 연루 혐의로 체포됐다가 재판정에서 “신을 믿지 않는다”고 반항합니다. 판사로부터 18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부모의 노력과 언론의 도움 덕에 석방되지만, 부모가 정신병원에 가두겠다고 으르자 잠적해버립니다. 미국 동부지역을 돌며 잡일을 하며 필명으로 칼럼을 쓰거나 책을 출간합니다. 그의 저서 가운데 열역학을 바탕으로 생명의 기원을 찾은 《생물과 무생물》, 미국 원주민의 역사를 담은 《종족과 국가》 등은 나중에 진가를 인정받습니다.
사이디스는 35세 때에는 뉴욕시 지방공무원 시험에 254등으로 가까스로 합격해서 하급 공무원 생활도 합니다. 그러다가 또 훌쩍 다른 지역으로 떠나 온갖 직업을 전전합니다. 그는 46세 때인 오늘, 보스턴에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납니다. 미국의 많은 신문들이 천재가 실패한 삶을 살다 쓸쓸하게 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과학적 강제교육의 멋지고 아름다운 승리”라고 비꼬았습니다.
정말 사이디스의 삶은 실패한 것일까요? 그가 부모의 바람대로 학교에 남아, 마음은 내키지 않지만 꾸준히 성과를 내며 명성을 쌓았다면 그게 성공한 삶일까요? 사이디스가 보통 사람처럼 누군가와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다가 아이들 사랑 느끼고 세상을 떠났다면 그 삶은 성공한 것일까요?
어쨌든, 이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가 때로 남루하게 느끼는, 보통 사람의 평범한 삶이 사이디스처럼 세상의 주목을 받는 누군가가 절절히 간구하는 삶일 수도 있다는 것. 지금 일상의 행복, ‘소확행’이 그걸 갖지 못한 때에는 그 무엇보다 가치가 클 수도 있다는 것!
1939년 오늘은 이탈리아의 칸초네 가수 밀바가 태어난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트윈 폴리오의 ‘축제의 노래’로 잘 알려진, 밀바의 1965년 히트곡 ‘Aria di Festa(축제의 아리아)’와 1966년 산레모 가요제에서 발표한 ‘Nessuno di voi(서글픈 사랑)’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