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다 자살 충동?... EU, 위고비·삭센다 조사
美 FDA·제조사 "인과관계 근거 부족"
비만 치료 주사제를 사용한 이후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사례가 보고돼 유럽연합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와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 사용 후 자살이나 자해 충동을 느낀 사례 3건이 아이슬란드에서 보고됐다. 이에 유럽의약품청(EMA)은 해당 약품의 부작용과 실마리정보를 검토하고 있다.
실마리정보란 약물과 부작용의 새로운 인과관계, 또 기존의 알려진 인과관계의 새로운 측면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한 정보를 말한다.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와 삭센다는 본래 제2형 당뇨 치료가 목적이었지만,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이어트 약으로도 쓰이고 있다. 특히 위고비는 미국의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위고비의 주 성분 세마글루티드, 삭센다의 주 성분 리라글루티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수용체 작용체다. 이 성분은 포만감을 느끼는 효과를 내 규칙적으로 주사하면 체중의 15~20%를 감량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EMA는 이 세마글루티드와 리라글루티드를 포함하는 의약품을 전면 조사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공대시보드(FAERS)에는 2018년 이후 세마글루티드를 복용한 환자나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로부터 최소 60건 이상의 자살 충동 사례가 보고됐다. 리라글루티드 관련해서도 유사 사례가 2010년 이후 최소 70건 이상 나왔다.
하지만 FDA는 이것이 검증된 결과가 아니며, 이 자체로 자살 충동과 약물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약품 투여 전후로 환자의 우울감이나 자살 충동을 비교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노보 노디스크 측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모든 보고를 모니터링한 결과 자해나 자살 충동과 약 복용 사이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사 작성 도움: 최혜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