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구급차 내 사망... 응급실 뺑뺑이 어떻게 해결할까?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3월 추락사고가 의심되는 환자가 여러 응급의료기관을 전전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5월에는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가 치료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지 못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환자들은 사고 발생 후 119구급대를 통하여 근처 병원응급실로 이송되었지만, '관련 의료진부재', '병상부족' 등의 사유로 수용되지 못하였고, 결국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구급차 내에서 사망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연이어 발생한 응급의료 관련사건(속칭 응급실 뺑뺑이 사건)에 관하여 정치권과 시민사회계에서는 해당 환자들을 적시에 수용하여 진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수사기관이 나서서 관련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학과 의사 등 관련 의료진에 대하여 행정처분절차 및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의료법 제15조에서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또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 제48조의 2에는 응급의료기관의 장은 정당한 사유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고, 제6조제2항에서는 응급의료종사자는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응급의료법상 진료거부를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란 무엇일까?

현재 응급의료법과 의료법에서 기술하고 있는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당한 사유’에 대하여 1)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신병으로 인하여 진료를 행할 수 없는 경우, 2) 병상, 의료인력, 의약품, 치료재료 등 시설 및 인력 등이 부족하여 새로운 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3) 의원 또는 외래진료실에서 예약환자 진료일정 때문에 당일방문 환자에게 타 의료기관 이용을 권유할 수 밖에 없는 경우, 4) 의사가 타 전문과목 영역 또는 고난이도의 진료를 수행할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5) 타 의료인이 환자에게 시행한 치료사항을 명확히 알 수 없는 등 의학적 특수성 등으로 인하여 새로운 치료가 어려운 경우다.

또 6) 환자가 의료인의 치료방침에 따를 수 없음을 천명하여 특정치료의 수행이 불가하거나, 환자가 의료인으로서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치료방법을 의료인에게 요구하는 경우, 7) 환자 또는 보호자 등이 해당 의료인에 대하여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는 상황을 형성하여 의료인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행할 수 없도록 한 경우, 8) 과거의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인하여 의료인판단으로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경우로서 당장 진료하지 않더라도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다른 의료기관을 안내하는 경우, 9) 더 이상의 입원치료가 불필요함 또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입원치료는 필요치 아니함을 의학적으로 명백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가정요양 또는 요양병원, 의원급 의료기관, 요양시설 등의 이용을 충분히 설명과 함께 권유하고 퇴원을 지시한 경우로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

만약 응급의료종사자가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 응급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환자를 적절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여야 한다. 그리고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에는 응급환자의 안전한 이송에 필요한 의료기구와 인력, 그리고 의무기록을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의료기관의 응급실에 종사하는 의사나 의료진들은 이러한 진료와 전원에 대한 책임은 환자가 구급차에서 내려 응급실로 들어와 진료를 받는 순간부터 이러한 의무가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환자가 구급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하고 유선상으로 혹은 타병원의 전원의뢰서만으로 수용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응급환자들이 구급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여기저기 헤멘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통해 응급환자를 이송하면 해당병원은 수용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한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수용요청에 응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에 대한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병원이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환자를 받으라는 것도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수용이 곤란하다고 고지된 병원에 중증응급환자가 이송될 경우 최상의 진료가 어려울 수 있고 이로 인한 악결과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해당병원에 지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응급환자들이 응급의료기관에 수용되지 못하고 구급차 내에서 사망한 것은 심히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일부러 환자를 외면하는 의사는 없다. 하지만 의사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담스러운 법적인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면서 앞으로 응급환자 이송과 치료에 대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에 대하여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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