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심장병으로 개흉술만 5번...'거부 반응' 딛고 심장이식 성공
선천성 심장병으로 개흉술만 5번 받은 환자가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한 일상을 되찾았다.
세브란스병원 심장이식팀 심장혈관외과 신유림 교수와 심장내과 오재원 교수팀은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오미혜씨(62)가 이식 뒤 6개월째 거부 반응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오씨는 팔로4징증이라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72년 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두 번째로 팔로4징증 교정수술을 받았다. 팔로4징증은 심장에 4가지 질환이 생기는 심장병이다. △심실중격 결손 △우심실 유출 협착 △대동맥 기승 △우심실 비대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것이다.
팔로4징증은 전체 선천성 심장병 환자의 5~7%가 해당하며, 수술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높은 데 반해 수술법이 어렵다. 환자는 팔로4징증 수술을 받은 뒤에도 크고 작은 심장 문제로 2007년까지 심실중격결손 교정술, 폐동맥 판막 교체술 등 4번의 개흉술을 추가로 받았다. 개흉술은 가슴벽을 열어 심장이나 폐 등을 치료하는 수술이다. 수술 뒤 무리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했으나 2020년 10월 호흡곤란 증세가 심해져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오씨는 좌심실과 우심실 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심실은 심방에서 들어온 피를 폐와 우리 몸 곳곳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심실은 심장 밑 부분에 있으며 그 중 오른쪽에 있는 심실은 우심실, 그 반대는 좌심실이다. 강심제(심장의 수축력을 늘리는 약물)를 투여받아도 환자의 숨차는 증상과 부종은 심해졌다. 결국 그는 심장이식이 필요한 말기심부전 상태에 이르러 심장이식대기자 등록을 진행했으며 2021년 1월부터 입원 치료를 시작했다.
문제는 적합한 공여 심장을 찾는 것이었다. 환자처럼 O형은 다른 혈액형보다 상대적으로 공여자를 찾는 대기 기간이 길고, 환자도 이식받은 심장에 대한 거부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심장이식 전 단계에 실시하는 조직적합성 항체 선별검사 결과 오씨는 이식 위험이 높은 '고감작 상태'였던 것이다.
의료진은 약물치료와 혈장교환술을 통해 환자의 항체 수치를 낮추며 적합한 공여 심장을 기다렸으나 작년 12월 환자 상태가 악화해 에크모(체외막심폐보조순환장치) 치료를 시작했다. 에크모 치료는 혈관에 굵은 도관을 넣어 약해진 심장을 기계적으로 보조하는 치료다. 일반적으로 다리 혈관을 이용해 진정 수면 상태진정 수면 상태(의식이 있지만 마취된 상태)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며 유지한다.
하지만 오미혜 환자는 오랜 입원 생활과 심한 심부전으로 진정 수면을 오래 유지하면 근력이 약해져 이식 수술을 하더라도 경과에 부정적일 수 있었다. 때문에 이식 수술을 담당한 신 교수는 환자의 근력 유지를 위해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고 깨어있는 상태로 상지(팔) 혈관만을 이용해 에크모 치료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공여 심장을 기다렸다.
오씨는 에크모 치료를 시작한 지 약 한 달이 지난 올 1월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8시간이 넘는 수술이었지만 환자는 특별한 합병증없이 퇴원했다. 심장이식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맞춰 자가항체 확인 검사와 심초음파 검사 결과에서도 공여받은 심장을 공격하는 항체는 나타나지 않았고 거부 반응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오재원 교수는 “환자분은 여러 번의 심장 수술을 받고 좌·우심실 모두 기능이 떨어져 있는 O형 대기자로서 심장이식까지 대기 기간이 매우 길고 자가항체 비율이 높아 거부 반응 위험이 컸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진을 믿고 따라줘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