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바람도? 안면신경마비 원인과 예방법
대한안면신경학회(회장 장학,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7월 7일을 ‘안면신경의 날’로 선포했다. 제7번 뇌 신경인 안면신경의 좌우 대칭적 활동이 안면 근육의 움직임과 표정에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이를 상징하는 7월 7일을 안면신경의 날로 지정했다고 학회는 설명했다. 전날인 6일 저녁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열린 ‘제1회 대한안면신경학회 안면신경의 날 선포식 및 포럼’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안면신경질환(안면신경마비)에 대해 알아본다.
안면신경의 마비는 치료 후에도 많은 경우에서 안면의 비대칭을 가져와 개인의 자존감을 크게 떨어뜨리며 우울증 및 대인기피증을 일으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질병이다. 지속적인 치료 및 재활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상당히 높고,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비용 및 노력의 소모가 크다.
■ 연간 9만명이 안면신경 마비로 진료 받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는 매년 9만명 안팎의 안면신경마비(안면마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보면, 안면신경장애 환자수는 2011년 6만3128명에서 2020년 8만9464명으로 최근 10년간 42% 증가했다.
안면 마비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처진 얼굴 또는 움직이지 않는 얼굴, 눈을감는 데 어려움, 웃을 때 비대칭, 말하기 또는 먹기 어려움, 음식물저작시 물과 음식이 새는 증상 등이다. 이러한 징후를 발견하면 즉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안면마비는 안면신경의 염증·종양·외상·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뇌졸중과 같은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인해 발생하는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로 나눠진다. 안면마비가 발생하면 눈 보호기능(깜빡임 등)과 비강·구강 유지 및 명료한 언어에 필수적인 근육의 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 증상은 갑자기 발생하지만, 회복까지는 경우에 따라 수개월이 걸리며 약 70%의 환자들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지지만, 나머지 30%의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불완전 회복이 되거나 심각한 후유증이 남게 된다.
■ 조기 진단으로 스테로이드제제 투여해야
안면마비 중에서 흔한 것은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의 하나인 벨마비(Bell’s palsy)이며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벨마비의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병 초기에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이다. 최근 거론되는 비타민이나 미네랄 요법들은 아직 의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 다만 비타민 투여가 안면마비 환자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비타민 B12의 경우에는 안면마비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전세계적으로 적지 않다. 스테로이드제제와 함께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섭취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벨마비의 호발 연령은 15~45세 정도로, 소아에서는 성인에 비해 발생률이 낮아 전체 환자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소아청소년에서도 역시 벨마비는 말초성 안면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을 차지한다. 소아에서는 아직 최적의 치료 방법에 대한 지침이 명확히 확립되어있지 않고, 스테로이드 사용에 대해서도 의학적 근거가 확실치 않다. 하지만 성인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처로 꼽힌다. 즉 아이에게 안면마비가 발생했다면 즉시 가까운 병원 혹은 응급실로 내원하여 적절한 평가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 국가차원의 과학적 치료시스템 구축돼야
안면신경학회는 안면신경 질환에 관심을 갖는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및 안과 등 다양한 전문의가 모여서 만든 다학제 학회이다. 안면신경 질환의 진단, 치료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안면신경 질환에 대해 국민들이 올바르게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시내 홍보이사(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국내 현실은 안면마비의 치료와 재활에 대한 법적, 제도적, 정책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서 “안면마비의 과학적 치료가 제때에 시행되지 못하여 안면마비를 평생 지니고 살아야 하는 불완전 회복 환자를 줄여야 할 책무를 느끼게 되어 학회 차원에서 대국민 홍보를 위해 안면신경의 날을 제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학 회장은 “안면마비의 치료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만들고 이를 회원 및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 안면마비의 완치율을 높임과 동시에 불완전 회복 환자들의 재활치료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면역력을 떨어트릴 수 있는 원인은 굉장히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로, 스트레스, 영양부족, 수면부족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추위에의 노출도 인체의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우리 몸의 체온이 1도 낮아지면 면역력 또한 30%이상 저하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이처럼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원인들이 지속될 경우 감기뿐만 아니라 인체 모든 부위에서 염증이 잘 발생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안면신경에도 염증이 잘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 전조증상 숙지하고 예방 수칙 실천해야
안면마비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은 ‘이후통’이다. 발병 며칠 전부터 귓바퀴 뒤편 밑쪽에 있는 엄지손가락 윗마디 크기의 뼈(유양돌기)에 통증을 느끼는 게 특징이다. 그 후부터는 미각의 저하가 나타난다. 발병 2~3일 전부터 혀에서 느껴지는 미각 자체가 둔해진다. 물론 이러한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안면마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안면마비 환자들은 폭염이나 강추위 등 극한 날씨 환경이나 피로,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 면역력이 떨어질만한 다양한 조건들에 노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여름철에 에어컨 등 차가운 바람을 얼굴에 직접 쏘이는 일은 안면마비 유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차를 탔을 때에도 열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얼굴에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게 좋다. 찬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자는 것도 나쁘다. 과로는 금물이며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 고른 영양섭취,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올리고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나 독감에 걸리면 안면마비가 생기거나 악화하거나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과음이나 흡연은 건강에 백해무익일 뿐만 아니라 인체의 바이러스 감염률을 높이고 체내 염증이 심해지는 원인이 되므로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