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들과 다시 만나다... “엄마, 사랑해요”
AI로 복원한 고 박인철 소령과 어머니가 16년 만에 만나는 영상 화제
아버지와 아들이 비행 훈련 중 모두 순직한 파일럿 부자 중 아들이 인공지능(AI)으로 살아났다. 어머니는 “멋진 내 아들, 이렇게라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방홍보원은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고(故) 박인철 소령(당시 27세·공사 52기)이 어머니 이준신씨와 16년 만에 상봉하는 유튜브 영상을 공개했다. 박 소령은 2007년 서해 상공에서 KF-16 요격 훈련 중 사고로 순직했다. 아버지 고 박명렬 소령(공사 26기)도 1984년 F-4E를 몰고 팀스피릿 훈련에 나갔다가 순직했다.
고 박인철 소령은 31세에 남편을 떠나보낸 어머니가 애지중지 홀로 키워낸 외아들이었다. 4세 때 아버지를 잃은 아들은 파일럿 복장의 아버지를 어렴풋이 기억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해 조종사가 됐다. 그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아버지를 뵌 뒤 “못다 하신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한 뒤 50여 일 만에 순직했다.
31세에 남편을 잃고 27세에 불과했던 외아들을 떠나 보낸 어머니는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다. 어머니는 평생을 그리움 속에 살았다.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하늘에서 숨진 파일럿 순직은 2007년 당시엔 온 국민의 눈시울을 적셨지만 20년이 넘는 세월 속에 점차 잊혀지고 있었다.
국방부 정신전력문화정책과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며 AI 복원을 기획했다. 고인이 생전 남긴 음성·영상·사진 등 자료를 모아 얼굴과 목소리를 복원했다. 몇 달 전 어머니는 사별한 아내를 AI로 재회하는 남편의 사연을 우연히 접하고 “우리 아들을 저렇게라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촬영 날이 다가오자 마음이 아파 망설이기도 했다.
어머니와 아들의 첫 대면은 현충일 전날인 지난달 5일 진행됐다. ‘AI 아들’을 본 어머니는 금세 눈이 붉어졌다. 16년이 지났어도 아들은 “엄마, 사랑해요”를 외치던 27세 청년 모습 그대로였다. ‘AI 아들’은 변함없이 “엄마, 사랑해요”라고 인사했다. 그리고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라며 금세 품에 안길 듯 말했다. 생전과 다름없는 아들의 표정과 말투에 어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 아들, 나도 보고 싶었어...”
아들은 “(돌아가신) 아버지도 만났어요. 아버지랑 그동안 못한 이야기 많이 했어요. 전 아버지 만나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했다. 어머니는 “진짜로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만나면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예전처럼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고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자 아들은 어머니를 달랬다. “우리 떨어져 있더라도 항상 마음속에 같이 있다고 생각해요. 많이 웃고 행복하게 지내셔야 해요. 그리고 이건 잊어버리면 안 돼요. 사랑해요, 엄마.”
영상 속 아들은 “조종사 훈련을 받으면서 제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엄마도 잘 아시잖아요. 저는 원하던 일을 해서 여한이 없어요”라고 어머니를 다시 위로했다. 사무친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따뜻한 말로 감싸 안은 효자 아들은 생전의 품성 그대로였다.
이들 모자에겐 10분 남짓 재회가 너무 짧았다. 아들은 “갑작스럽게 인사도 못 드리고 가서 속상했는데 이렇게라도 만나서 좋았어요”라고 작별 인사를 먼저 했다. 어머니는 “인철이가 짧게 엄마 곁에 있다가 갔지만, 다시 아들로 같이해줘서 행복하고 고마웠어”라고 말했다. 아들이 다시 외쳤다. “사랑해요, 엄마...”. 어머니는 “엄마도 많이 사랑해...”라고 했다.
박명렬·박인철 부자 파일럿은 현재 국립서울현충원에 나란히 누워 있다. 현충원 두 묘소에는 ‘호국 부자의 묘’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