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에 0.1mm '칩' 넣으면? 국내 연구팀 개발
고려대 의대 조일주 교수팀, 신경전달물질·뇌 신호 실시간 측정 및 분석
뇌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을 찾거나 뇌 신호를 분석할 수 있는 브레인 칩이 개발됐다. 뇌의 여러 영역에서 신경전달물질을 측정할 수 있게 돼 향후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려대 의대 의과학과 조일주 교수 연구팀(제 1저자 채의규 박사·교신저자 조일주 교수)은 여러 종류의 신경전달물질을 실시간으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브레인 칩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세로토닌, 도파민 등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은 뇌의 동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경전달물질이 과하게 분비하거나 너무 적게 나오면 다양한 뇌질환이 생긴다. 세로토닌이 많이 나오면 우울증이, 도파민 농도가 정상 수준보다 높으면 파킨슨병과 조현병 등이 발병할 수 있다.
뇌 질환을 치료하려면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정상 범위로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원인 물질을 찾아야 한다. 뇌의 특정 영역에서 신경전달물질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기술로는 신경전달물질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웠다. 특히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어 여러 신경전달물질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가 불가능했다.
뇌의 특정 영역에 삽입돼는 브레인칩은 신경전달물질 뿐만 아니라 뇌신호 측정도 가능하다. 브레인 칩에는 미세한 마이크로 유체관이 형성돼 있어 뇌척수액(뇌와 척수 등을 채우는 액체)을 추출한다.
추출된 뇌척수액은 브레인 칩에 결합된 센서 어레이로 이동해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브레인 칩이 조현병과 관련된 뇌 영역인 전전두엽과 시상 영역 사이의 신경회로가 흥분성 글루탐산성 신경세포들을 통해 연결돼 있다는 것도 입증했다. 글루탐산성 신경세포란 글루탐산 농도에 따라 활성화하는 신경전달 시스템으로 인지 능력 등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전전두엽을 자극할 때 시상 영역에 있는 글루탐산 농도가 증가하는 것을 측정해 글루탐산성 신경세포 활성에 따라 신경신호가 바뀌는 것을 관찰했다.
브레인 칩은 기존의 뇌척수액 추출용 탐침보다 약 8배 정도 작은 0.1mm 크기로 제작됐다. 뇌에 삽입 시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책임자인 조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브레인 칩은 복잡한 다중 뇌 영역에서 뇌 신호와 다양한 신경화학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분석하는 최초의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이어 “뇌 질환과 관련된 신경전달 물질을 규명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 연구단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뇌기능규명‧조절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IF=12.78)》에 ‘A neural probe for concurrent real-time measurement of multiple neurochemicals with electrophysiology in multi brain regions in vivo’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