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만족도 높은 시술? '겨드랑이 OOO'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지난번에는 여름에 하면 힘든 수술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반면, 여름에 만족도가 높은 시술도 있습니다.
여름에 가장 좋은 시술을 꼽으라면 단연 '겨드랑이 보톡스'입니다. 늦봄이나 초여름에 한번 맞으면 여름 내내 곁땀(겨드랑이 땀)의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편리함이 큽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인근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간편하게 맞을 수 있고 부작용도 거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인들이 매년 정기적으로 맞으러 오시는 것을 보면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느낍니다.
'겨드랑이 보톡스'라고 하면, '주름 펴는 주사를 왜 겨드랑이에 맞느냐'라며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보톡스의 주성분인 보툴리눔 독소가 작용하는 원리는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방출을 막는 것입니다. 아세틸콜린은 신경세포에서 주변 신경세포 혹은 '근육'이나 '분비샘'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므로, 주름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하면 근육이 마비되어 주름이 풀어집니다. 마찬가지로 분비샘인 땀샘에 주입하면 땀이 나지 않습니다. 보톡스의 작용 원리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셈입니다. 실제로, 겨드랑이 보톡스는 2004년 미국식품의약국 FDA에서도 승인받아, 세계적으로도 널리 시행되는 효과적인 시술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땀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인데, 그깟 땀 좀 나는 것이 대수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겨드랑이에서 나는 땀에 대해서 유독 민망과 굴욕의 코드로 연결하곤 합니다.
'겨땀(표준어는 곁땀이지만)'이라 검색해 보면 'OOO 겨땀 굴욕'이라며 십수 년 전 연예인들 사진들이 두고두고 화제가 될 정도입니다.
세계적으로도, 겨드랑이의 땀은 기피와 민망함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문화들에서 '곁땀'은 체취를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의 '곁땀'에 대한 인상에는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지만,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체취가 없는 민족입니다. ABCC11 유전자는 젖은 귀지(물귀지)와 겨드랑이 액취를 결정합니다. 체취가 나는 ABCC11 유전자(G형)를 보유한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이 한국입니다.
ABCC11 G형 유전자의 보유 비율이 높은 흑인이나 백인에서 체취가 강하며, 동양인은 체취가 약한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이 세계적으로 가장 체취가 약합니다. 물론 땀이 나고 습기가 차면 박테리아가 증식하므로 땀 냄새가 나지만, 흑인이나 백인에게서 종종 나는 '알싸하게' 눈이 매워지는 체취와는 크게 다릅니다. 워낙 체취가 없다 보니, 곁땀에 대해서 후각적 인상이 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독 '시각적'으로 엄격한 것 아닌지 추측해 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겨드랑이 땀에 대한 많은 자료들이 우리와 잘 맞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데오드란트를 쓰는 것이 실상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떤 음식이 좋다는 자료들도 우리에게 와닿지 않습니다. 다한증이나 액취증이 있는 경우, 시술 이외에도 신경을 절제하거나 땀샘을 파괴하는 수술들이 있고 효과도 좋습니다. 다만 한국인은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대부분 체취의 문제가 적고, 보이는 땀 자국에 '그저 민망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방법 중 보톡스는 체취를 억제하는 효과가 적은 것이 단점이지만, 오히려 한국인에게선 가장 무난한 선택입니다.
만약 보톡스로 효과가 부족하거나, 영구적인 효과를 원한다면 전자기파를 이용하여 땀샘을 파괴하는 시술인 '미라드라이 miraDry'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역시 FDA에서 승인받아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비용의 부담은 있지만 한 시간 정도의 1회 시술로 영구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땀샘을 파괴하므로 액취증에도 효과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시행하지 않는 시술이지만, 수술보다 부담이 적고 효과가 좋아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