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위협하는 '수술 중 저혈압', AI로 방지한다
조기 감지로 수술 합병증·사망률↓ 기대... 현장 의료진 검증도 마쳐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 기술로 '수술 중 저혈압' 상황을 조기에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술 상황에서 환자의 평균 동맥혈압이 최소 1분 동안 65mmHg 미만으로 떨어지는 수술 중 저혈압은 과다 출혈이나 급성 신장 손상, 심근경색증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져 수술 사망률에 큰 영향을 준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성훈·박용석 교수,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AI디지털헬스학과 김준태 교수팀은 술 환자 1만여 명의 동맥혈압 데이터를 학습시킨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수술 중 저혈압 발생 가능성을 91%의 정확도로 예측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수술 중 저혈압 발생 확률에 대한 판단 근거를 실시간으로 제공한 것이 특징이다. 이전에도 수술 중 저혈압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연구는 있었지만, 정확한 예측 과정에 대한 해석 내용을 제공하는 데는 부족한 한계가 있었다.
김성훈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의료진에게 저혈압 발생 확률뿐만 아니라 판단 근거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2018~2021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 1만 454명의 동맥혈압 데이터를 인공지능 모델에 학습시켜 혈관 내부에 흐르는 혈액의 양을 나타내는 동맥혈압 추세를 추출했다. 이를 통해 생성된 저혈압 발생 위험도별로 대표적인 동맥혈압 추세와 유사도를 비교해 10분 뒤 시점에서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을 예측한다. 각 유사도를 기반으로 한 비교 내용도 예측 근거로 의료진에게 제시된다.
AI 모델은 내외부 데이터(각 1만 454명, 3278명) 를 통해 타당성 검증을 거친 결과 각각 91%와 90%의 예측 정확도를 나타냈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17명을 통해 실제 적용 가능성 평가도 거쳤다. 이들 전문의는 해당 모델에 대해 기존 AI 모델 해석에 널리 사용되는 '섀플리 판단 기법(SHAP)'보다 △임상적 정확성 △임상적 유용성 △수술 중 의사 결정 의향 항목에서 각각 24%, 41%, 26%의 더 높은 점수를 매겼다.
김준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술 중 저혈압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모델에 대해 처음으로 실제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평가가 이뤄진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부연했다.
연구진은 향후 해당 모델이 환자의 예후 향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육성R&D사업과 국립암센터 공익적암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와 관련한 논문은 AI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IEEE 트랜잭션스 온 뉴럴 네트워크 앤드 러닝 시스템'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