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제철 과일, 적게 먹어야 하는 사람은?
[노윤정 약사의 건강교실]
복숭아, 자두, 수박, 체리, 포도, 블루베리, 참외. 대표적 여름 제철 과일이다. 제철 과일의 장점은 자연의 흐름에 맞춰 생산되는 만큼 맛도 좋고, 여느 때보다 생산량이 많아 가격도 저렴하다. 그래서 평소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맛있는 과일이 넘치는 여름을 기다린다. 건강한 사람이야 특별히 과일 섭취량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과일 섭취량에 영향받는 질환이 있다면 여름 제철 과일 섭취도 더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과일 섭취량에 영향을 받는 대표적 질환 맞춤 여름 과일 섭취법을 알아본다.
과민대장증후군 있다면 복숭아, 자두, 수박, 체리 적게 먹어야
과민대장증후군은 장관의 구조적 이상 없이 복통과 복부 불편감, 그리고 배변 장애가 나타난다. 특정 음식이나 스트레스에 의해 증상이 심해지므로, 평소에 먹는 음식의 종류를 신경 쓰는 게 필요하다. 특히 고포드맵 식품은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포드맵(FODMAP)이란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이동해 장내세균에 의해 발효되기 쉬운 성분들을 통칭하며, 올리고당, 이당류(유당), 단당류(과당), 당알코올(솔비톨, 말티톨, 자일리톨 등)을 말한다. 포드맵이 높은 식품을 많이 먹으면 장내 이상 발효로 가스가 많이 생성되어 복통이 심해지거나 장내 수분 함유량이 늘어나 묽은 변이나 설사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여름 제철 과일 중에서 포드맵이 높은 것은 복숭아, 자두, 수박, 체리다. 평소 과민대장증후군이 심하다면 이런 과일은 후식으로 입가심 정도의 양만 먹는 게 좋다. 개인별로 정확한 섭취량은 달라, 내가 먹고 난 후 소화기가 편한 과일별 섭취량을 정해야 한다. 반면, 포드맵이 낮은 포도, 블루베리는 비교적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참외는 포드맵 함량으로는 괜찮으나, 찬 성질의 과일로 평소 설사나 묽은 변이 잦은 사람은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개인차로 참외 반 개 섭취 후에도 변의 형태가 눈에 띄게 풀어진다면 더 적은 양을 먹어야 한다.
당뇨병 있다면 하루 주먹 크기의 과일을 1~2회 나누어 간식으로 섭취
당뇨병이 있다고 여름철 달콤한 과일 섭취를 아예 피할 필요는 없다. 대신, 먹는 양은 건강한 사람보다 엄격하게 조절해야 한다. 과일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지만, 채소보다 당질 함량과 열량이 높다. 특히, 과일의 과당은 과량 섭취하면 중성지방 및 혈당을 상승시켜 당뇨병 관리에 복합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채소처럼 편하게 섭취하긴 어렵다.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지 않고, 과도한 열량을 섭취하지 않도록 과일의 종류와 섭취법을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당뇨 환자의 기본 과일 섭취법으로 제안하는 건 하루에 주먹 크기 정도의 과일 한 종류를 하루 1~2번 나누어 먹는 것이다. 이때,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도록 후식보다는 오전이나 오후 간식으로 먹는 걸 권장한다. 당뇨 환자의 음식 선택기준으로 최근에는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 보다 혈당부하지수(Glycemic load, GL, (GI x 1회 섭취 분량에 함유된 탄수화물 양) /100)를 더 많이 언급한다. GI는 특정 식품 섭취 후 얼마나 빠른 속도로 혈당을 상승시키는지 의미하나, 평소 1회 식품의 섭취량이 반영되진 않는다. 이점을 보완하려고 만든 게 GL이다. 즉, GI가 높아도 보통 1회 섭취량이 적다면 GL은 낮다.
여름 제철 과일은 GI 기준으로 보면 높고 낮은 게 뚜렷하지만, 과일의 1회 섭취량을 고려한 GL 기준으로 보면 여름 제철 과일 모두 GL이 낮거나 보통(수박 4, 포도 8, 복숭아 3 등)에 해당한다. GL은 0~10은 낮음, 11~19는 보통으로 구분한다. 단, 하루 섭취량을 주먹 정도 크기로 제한하며 하루에 한 종류의 과일만 먹어야 한다. 예를 들어, 수박을 먹는다면 손바닥 크기 정도로 얇은 거는 두 쪽, 중간 두께라면 한쪽 정도가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