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기만 해도 한센병 걸릴 수 있는 '이 동물'
95%의 사람은 면역력 있어 직접 접촉으론 발병하지 않아
고대의 전염병인 한센병(나병)이 미국에서도 드물게 자연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감염원이 아메리카대륙에 서식하는 아르마딜로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29일(현지시간)《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의 연구서한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한센병은 마이코박테리움 레프라에(나균)라는 박테리아에 감염될 경우 발병한다. 주로 피부와 신경에 영향을 미치며 일반적 증상은 피부가 변색되고 갈라지며 혹이 생긴다. 또 발바닥에 무통 궤양이 생기고 손과 발의 신경 손상으로 인한 근육약화가 발생한다. 과거엔 불치병으로 여겨졌으나 요즘은 이 박테리아를 겨냥한 항생제를 1회만 복용하면 전염력이 사라지고 복합 항생제 처방을 통해 치료 가능한 병이 됐다. 하지만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손발이 마비되거나 손가락과 발가락이 몸에 재흡수 되거나 실명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한센병 진단을 받는데 그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발병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약 150건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연구진은 캘리포니아 주민들 사이에서 발생한 6건의 나병 사례를 소개했다. 2017년~2022년 진단을 받은 이들은 모두 미국 태생의 남성으로 65세 노인이 5명이었다. 이들은 USC의 한센병 클리닉에서 항생제 처방을 받고 완치됐지만 5명은 손과 발에 어느 정도의 장애가 생겼다. 또 3명의 환자들은 정확한 진단을 받기 전에 4년~8년이 걸렸다.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나병에 걸렸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한센병은 젊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미국에서 보고된 대부분의 사례는 한센병이 풍토병이 된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예외적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6명은 모두 해외여행을 한 적이 있다고 보고했지만 그 여행과 한센병 발병을 연관 짓기는 힘들었다. 나균은 너무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몇 년 뒤 또는 수십 년 뒤에도 발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USC의 브랜든 애들러 교수(피부과)와 미국 에모리대 한센병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시카 페어리 박사는 일반인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엔 한센병이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환자들은 다른 사람과 접촉 못하도록 격리된 공간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현대의학에 따르면 한센병은 직접적 접촉으로도 잘 전염되지 않는다. 악수를 하거나 엘리베이터 같은 좁은 공간에 함께 머무른 것은 물론 한센병 환자와 함께 생활한다 해도 감염되는 경우도 드물다. 애들러 교수는 “약 95%의 사람은 한센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면역 체계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떻게 감염되고 왜 특정한 사람만 병에 걸리는지 같은 많은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페어리 박사는 밝혔다. 다만 직접적 접촉으로 한센병에 감염되는 특별한 경우는 확인됐다. 포유류 중에서 인간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한센병에 걸리는 아르마딜로와 접촉하는 경우다. 페어리 박사는 한센병 환자와 접촉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면서도 “아르마딜로는 만지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대상 6명 중 1명도 아르마딜로와 접촉한 경험이 있다고 아들러 교수는 소개했다. 비록 그 시점이 50년 전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