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주사제' 위고비의 강력한 라이벌 등장?
오르포글리프론, 하루 한 알로 36주에 평균 체중 15% 감소
기적의 다이어트약으로 불리는 위고비의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주사제인 위고비와 달리 하루 한 알씩 복용하는 알약으로 개발 중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중간단계 시험에서 36주만에 평균 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캐나다 워튼메디칼클리닉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제조한 오르포글리프론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르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약물명 세미글루티드)와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수용체 작용제’다.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주사로 투약하는 반면 오르포글리프론은 하루 한 알 복용하게 돼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워튼메디칼클리닉의 연구진은 평균 최소 체중 108.7kg인 272명을 대상으로 오르포글리프론의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대상자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거나 BMI가 27 이상이면서 체중 관련 건강문제가 우려되는 비만 환자였다. 연구진은 위약과 비교하여 12~45㎎사이의 4가지 복용량을 시험했다.
36주 뒤 위약은 2.3%의 체중감량 효과만 보였으나 오르포글리프론은 복용양에 따라 9.4%~14.7%의 체중 감량효과를 보였다. 4가지 복용량 중 가장 높은 45㎎의 용량에서 평균 14.7%의 감량효과가 나타났다. 오르포글리프론 복용군은 수축기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줄었으며 심장이 뛸 때 압력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다만 확장기 혈압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다.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다른 약물과 비슷한 부작용을 보였다. 주로 메스꺼움, 변비, 구토, 설사와 같은 위장관 증상이다. 대부분의 경우 심각도가 "가볍고 중간 정도"였으며 참가자들이 점차 약의 용량을 늘리면서 발생했지만 10%~17%가 그로 인해 약 복용을 중단했다. 실험 참가자의 91%가 백인이란 점은 연구의 한계로 지적됐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의 임상시험을 위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용량을 증가시키는 최상의 용량과 방법을 알아내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현재 임상시험은 3단계 중 2단계에 해당하며 올여름 대규모 임상시험에 착수할 계획이다. 릴리 측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미국과 유럽에서 의약품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보 노르디스크는 지난 달 세마글루티드의 알약 형태인 제품명 리벨서스(Rybelsus)가 위고비와 유사한 68주 동안 15%의 체중 감소를 보여줬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알약은 복용 후 30분 이내에 먹거나 마시는 것을 금지해 복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고 의사들은 지적했다.
화이자도 2종류의 경구 GLP-1 약물을 개발 중이며 지난 달 그 중 1종을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하루 두 알씩 투약한 결과 16주 만에 상당한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으로 명명된 이 약물과 오르포글리프론은 음식 섭취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