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공항 10분 거리에 '아산병원'... 2026년 65병상 개원
진료·운영 전담... 별도 출자 없이 지분·로열티 확보
서울아산병원이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국제공항에서 10분 거리에 현지 투자회사와 합작한 소화기 전문병원이 설립된다.
22일 서울아산병원은 병원 대회의실에서 스코프인베스트먼트와 'UAE아산소화기병원'(가칭) 설립 및 운영을 위한 계약 체결식을 진행했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65병상 규모의 소화기 전문병원이다.
스코프인베스트먼트 파리드 빌베이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계약식에서 "UAE 인구의 5명 중 1명이 위산 역류, 궤양성 대장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소화기질환을 앓고 있으며 전체 암 중 대장암 유병률이 두 번째로 높다"면서 "세계적인 의료 수준으로 중증 고난도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의 현지 진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6~7명의 의료진과 간호사 4~5명을 직접 파견해 진료와 운영 전반을 맡고 스코프 인베스트먼트는 재무 투자로 현지에서 사업 기반을 마련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번 계약에서 별도의 출자 없이 5%의 지분을 확보했다. 인건비와 별도로 의료시스템 이식과 경영 노하우 전수에 따른 몫이다. 운영 수수료 명목의 로열티론 향후 15년 동안의 일부 매출액, 성과 달성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보장받았다.
UAE아산소화기병원은 걸프 지역 최초의 통합형 소화기 전문병원으로 입지상으로도 접근성이 높아 UAE 정부 역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병원은 두바이공항에서 10분, 아부다비 공항에서 60~80분 거리에 위치한 '두바이 헬스케어시티Ⅱ'에 자리잡을 예정이다. 2026년엔 지하 2층∼지상 7층, 연면적 2만 2150㎡ 규모에 중환자실을 포함해 총 65병상을 갖추고 우선 개원한 후, 2030년까지 총 176.5헥타르(ha)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위·대장·간·담도·췌장 등 모든 소화기질환에 대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내시경을 통한 최소침습적 소화기질환 치료와 수술 중심의 초기 소화기암 치료, 고도비만수술 등도 제공된다. 두바이 내에 부족했던 소아 소화기질환 치료는 물론 간이식 수술 전후 통합 관리도 제공될 예정이다.
국내 의료기관으론 처음으로 UAE에 직접 병원을 설립·운영하는 사례다. 이는 그간 서울아산병원이 국제진료센터를 중심으로 UAE 정부와 현지 시장에서 국제진료 협력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맺은 영향이 크다.
전인호 센터장(정형외과)에 따르면, 병원은 지난 몇 년간 UAE와의 의료·보건 교류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만큼 큰 공을 들여왔다. 꾸준히 UAE 현지에서 치료가 어려운 응급·중증 환자를 이송해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쳤고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엔 비대면 진료를 이어왔다. 지난 10년간 65명의 UAE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성공적으로 간 이식을 받았고, 2019년부턴 매년 3000명이 넘는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이런 배경에서 스코프인베스트먼스는 2019년부터 병원에 협력을 제안해왔다. 2년간의 내부 검토 끝에 2021년 합작 계약을 체결해 부지 매입, 병원 설계, 합작법인 설립 등의 절차를 거친 후 이날 운영계약을 체결했다.
서울아산병원 최종우 해외병원사업단장(성형외과)은 "UAE아산소화기병원은 65병상 규모로 역량 유출을 최소화하고 재무투자를 배제하면서도 안정적인 파트너사와 협력한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산병원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아산병원이 쌓아온 진료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운영하는 첫 번째 특화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현지 의료진 교육을 통해 중동 지역의 의료 수준 향상에 기여하고 글로벌 병원으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