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적발만 하면 뭐 하나
[유희은 의료소송 ABC]
최근 부산지방경찰청은 의사면허를 대여받아 ‘사무장’ 병원을 개설하고, 발달지연 어린이를 상대로 진료를 해온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적발했다.
현행법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을 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 개설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의사라 하더라도 의사 한 명은 하나의 의료기관 개설만 가능하다. 이미 의료기관을 운영 중인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그런데도 ‘불법’ 의료기관은 곳곳에서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사무장’ 병원이다. 의료기관 개설을 할 수 있는 자, 즉 의사나 의료법인의 명의를 이용하여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태다. 약국도 마찬가지다.
‘사무장’ 병원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단기준은 이렇다.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ㆍ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假裝)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의료인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례)
그에 따라 부산지방경찰청은 사무장과 의사 등 6명을 의료법 및 보험사기특별방지법 위반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이 부당하게 챙긴 진료비 등은 19억3000만 원 상당.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자와 면허를 대여해 준 의사 모두 의료법 위반이다.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의사면허 자격 정지나 취소 등 행정처분도 내려진다.
사무장병원 3조3000억 환수해야 하지만 실제 징수한 건 2100억 뿐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이 운영되었던 기간 중 10년간 지급했던 요양급여 진료비(공단부담금+자기부담금)을 환수한다.
하지만 여기에 허점이 있다. 환수조치는 급여비 전액을 대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전액 환수에 대해 ‘위헌’이라 판정했기 때문. 이에 따라 의료기관 일상 운영비 등을 고려하여 지급된 급여비 일부는 ‘정상’으로 간주해 그 부분을 감면한 후 징수해야 한다.
또 공단이 관여하지 않는 ‘비(非)급여’ 진료비는 환수 대상이 아니다. 이런 점을 노려 ‘비급여’가 많은 영역의 진료를 위주로 하는 불법의료기관이 적지 않다. 발달지연에 대한 치료 역시 대부분 비급여 영역이다, 놀이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
이와 함께 사무장병원 개설자의 경우, 재산을 미리부터 은닉하는 경우가 많아 막상 적발돼도 그동안 지급한 건강보험금 회수가 어렵다는 점도 또 다른 걸림돌이다. 한번 적발되고도 그 후에 사무장병원을 또 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처벌 수위가 약하고, 재발을 막는 장치도 허술해서다.
특히 건강보험공단이 2023년 6월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1년까지 13년간 적발한 1698곳 사무장병원에 대한 환수결정 금액은 총 3조3000억 원 규모다. 여기에 비급여 진료비는 빠져 있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이 실제로 징수한 금액은 2100억 원밖에 안 된다. 징수율이 6%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불법을 저지른 이들의 수중에 90% 이상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의료법 제1조 (목적)]
사무장병원은 불법의료기관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개설되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환자들에게 피해를 준다.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는 이유다.
불법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을 막기 위해서는 더 실효성 있는 환수방법과 비급여 영역에 대한 대책부터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