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노화 맞먹는 대기오염, 코로나19 입원일수 ↑
입원기간이 10년 나이 더 많은 환자 경우처럼 4일 더 길어져
대기오염에 노출된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리면 마치 10년 더 나이가 많은 사람이 걸렸을 때와 같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럽 호흡기 저널(ERJ)》에 게재된 벨기에 연구진의 논문과 네덜란드 연구진의 논문을 엮어서 영국의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벨기에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전 오염된 공기에 노출된 사람은 입원기간이 4일 더 길었는데, 이는 10년 더 나이가 많은 사람의 입원기간에 해당한다는 것. 또 환자의 혈액에서 측정된 대기 오염 수치는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위험을 36%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의 덴마크 연구에 따르면 대기 오염 노출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을 23%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연구가 적용한 대기 오염 수준은 모두 유럽연합(EU)의 법적 기준치보다 낮았다.
대기오염은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 오염은 폐의 염증을 증가시키고 면역 방어력을 약화시키며 기존의 폐 문제를 유발하여 새로운 감염의 결과를 악화시킨다. 이런 대기 오염이 코로나19의 결과를 악화시킨다는 종전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연구들은 집단 그룹을 함께 평가하는 대신 개별 환자를 추적한 것이기에 정확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벨기에 연구는 2020년 5월~2021년 3월 코로나19로 입원한 300명 이상의 환자를 추적 관찰했다. 환자 가정의 3대 오염물질(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매연) 수치와 환자 혈액 내 매연량을 측정했다. 나이, 성별, 체중 등 코로나19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요인도 감안했다.
연구진은 병원에 입원하기 일주일 전에 더 높은 수준에 노출된 사람들이 병원에서 약 4일을 더 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대기오염 수준이 낮을수록 렘데시비르 같은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의 40~80%에 해당하는 건강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덴마크 연구는 팬데믹 초기 14개월 동안 덴마크의 30세 이상 인구 370만 명을 모두 추적했다. 그 결과 2019년에 높은 수준의 미세입자 대기 오염에 노출된 환자는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이 약 23%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근 뉴욕 시에서 실시한 유사한 연구에서도 사망 위험이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 연구를 이끈 하셀트대의 팀 노로 교수는 “우리 연구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해 팬데믹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면서 “대기 오염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일지라도 인구의 건강이 향상되고 향후 팬데믹에 덜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연구 책임자인 코펜하겐대의 조라나 요바노비치 안데르센 교수는 “우리 연구는 대기오염이 어떻게 면역 체계를 손상시키고 우리를 취약하게 만드는지 보여 준다”면서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이 현재와 미래의 전염병 예방조치의 핵심이자 계절성 독감 대유행에 대처하는 전략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호흡기학회(ERS) 환경 및 역학 회의 책임자인 샬롯 서플리 울릭 교수는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것이 폐질환에 기여한다는 증거가 점점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났지만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되고 있기에 각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벨기에 연구진 논문은 다음 링크(https://erj.ersjournals.com/content/early/2023/04/27/13993003.00309-2023)에서, 네덜란드 연구진 논문은 다음 링크(https://erj.ersjournals.com/content/early/2023/05/11/13993003.00280-2023)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