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요법연구회가 바라본 암 치료, 정밀의료 역할은?
ASCO 2023 임상결과 논평, "최신 암 치료 전략 진화 중"
암 치료 분야에 정밀의료의 역할이 중요해지며 개인의 유전정보 등을 이용한 최신 치료법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암종의 유형에 제한 없이 특정 유전자 변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표적약 및 면역항암제들의 처방권 진입이 빨라지는 분위기다.
19일 대한항암요법연구회(회장 장대영)는 최근 성료한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주요 임상 결과를 분석해, 암 치료에 있어 개인맞춤형 정밀의료의 효과와 차세대 면역항암제의 가능성을 확인한 최신 치료 지견을 공유했다.
올해 ASCO에서는 한국형 정밀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해 대한항암요법연구회를 비롯한 5개 기관이 공동 진행 중인 KOSMOS II 임상연구의 경과가 포스터로 공개됐다. 이 연구는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을 시행해, 각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맞춘 약물 요법의 효율과 임상적 혜택을 확인하고자 전국 31개 기관에서 사전 계획된 1000명의 대상자 중 251명의 환자가 연구에 등록됐다.
특히 KOSMOS II 임상연구에 활용 중인 것과 동일한 약제에 대한 연구가 이번 학회에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가운데 MoST 2상 임상연구는 HER2 변이나 증폭이 있는 32명의 진행성 고형암 환자에서 트라스트주맙엠탄신(T-DM1)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다. 분석 결과, T-DM1 투여군은 4.5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PFS)과 18.2개월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는 DESTINY-PanTumor02 2상 임상연구이다. 지난해 유방암 분야에 기립 박수를 받았던 항체약물접합체(ADC) 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T-Dxd)은 이 연구의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치료가 어려운 HER2 발현 고형암 환자(요로상피성 방광암, 담도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췌장암, 두경부암 및 장 선암종 등 포함)에서 효과를 확인했다.
실제로 T-Dxd 투여군은 HER2 발현 고형암 환자 267명에서 37.1%의 객관적 반응률(ORR)을 보였으며, 절반 정도에서(49.6%) 12개월 후에도 반응이 이어졌다. 이상반응은 이전 연구와 일치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이현우 교수(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는 “본 연구는 HER2 양성 고형암 환자를 위한 표적 치료의 가능성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나아가 환자의 유전자 특성을 기반으로 한 개인맞춤형 암 치료에 있어 특정 암종에 국한되지 않고 표적 또는 유전자 변이 등에 따른 치료제 개발이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HER2 음성, HR 양성인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표준 치료로 자리잡은 CDK4/6 억제제와 호르몬치료 병용요법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NATALEE 임상연구는 수술한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3년간 내분비요법 단독군과 리보시클립 병용요법을 비교했다. 리보시클립 병용군은 침습적 무질병생존기간(iDFS) 및 3년 무질병 생존률(DFS)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특히 이 연구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의 17개 기관이 참여한 결과였다.
또한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진행성 유방암 환자에서 최적의 CDK4/6 억제제 치료 순서를 확인하기 위한 SONIA 임상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연구 결과, 무작위배정 후 질병이 2차 진행되기까지 혹은 사망까지의 시간(PFS2)은 1, 2차 투여군간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으며(31개월 vs. 27.8개월), 1차 치료군에서 이상반응이 더 자주 보고됐다. 이에 CDK4/6 억제제를 2차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 더 선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임승택 교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혈액종양내과)는 “현재 연구회에서도 CDK4/6 억제제가 포함된 여러 치료 요법의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향후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 국내 환자에 대한 CDK4/6 억제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답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DK4/6 억제제 외에 CDK 경로를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제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CDK2 선택적 억제제 PF-07104091은 내분비 요법과 CDK4/6 억제제를 포함해 2개 이상의 치료를 받은 HR 양성, HER2 음성 진행성 및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1상 임상연구에서 양호한 내약성과 항암 효과를 보였다. CDK4/6 억제제 투여 후 진행된 환자의 18.8%가 부분반응(PR)을 보였으며, 37.5%가 안정병변(SD) 상태로 확인됐다.
▲보조항암요법, 면역치료 실패 환자까지...“면역항암제는 진화 중"
면역항암제는 암 자체를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약제다. 면역항암제가 상용화된 지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현재 대부분의 암종에서 전이 재발성 암환자의 생존기간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ASCO에서는 면역항암제가 전이 재발성 암환자뿐 아니라 완치가 가능한 조기 암환자의 재발률을 낮추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다수 발표됐다.
먼저, 절제술을 받은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IMbrave050 임상연구에 따르면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의 12개월 무재발 생존율(DFS)은 78%로 능동적 감시군 65% 대비 높은 재발률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또한 Keynote-716 임상연구에서는 펨브롤리주맙이 수술적 완전 절제를 받은 2B기 또는 2C기 악성 흑색종 환자의 수술 후 재발률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를 통해 확인된 36개월 무재발 생존율(DFS)은 펨브롤리주맙 요법이 76.2%, 능동적 감시군이 63.4%였다.
수술 혹은 방사선 치료 전 면역항암제를 통한 선행보조항암요법의 효과에 관한 연구도 소개됐다. NEOTORCH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2~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수술 전 토리팔리맙과 항암제를 병용할 경우 항암제 단독요법에 비해 무재발 생존율(DFS)이 개선됐다. 또한 DEPEND 임상연구에서는 국소 진행성 4A/B기 두경부암 환자에서 완치 목적의 항암방사선치료 전 니볼루맙과 탁센 및 백금 계열 항암제 병용요법의 효과를 확인했다. 이들의 24개월 무재발 생존율(DFS)은 64%, 강한 반응률(deep response rate)은 54%였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서도 수술 전후 보조항암요법으로서 면역항암제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항암화학요법 이후 잔여암이 있는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게 아테졸리주맙과 카페시타빈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국소 진행성 식도 편평세포암 환자에게 항암 치료 후 PD-1 억제제인 INCMGA00012을 투여하는 연구도 시행하고 있다.
차세대 면역항암제에 대한 연구 결과도 일부 공개되며 이목을 끌었다. 비주그로맙은 GDF-15 항체로 작용해 면역세포인 T 세포가 종양미세환경(TME)으로 침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니볼루맙과 병용했을 때 이전 면역관문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여러 암종의 환자에서 부분관해(PR) 혹은 장기간 안정병변(SD)을 보이는 희망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또한 아릴탄화수소수용체(AhR) 항체에 대한 첫 인간 대상 1상 임상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이민영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종양혈액내과)는 “올해 ASCO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는 NADIM2, CheckMate816 등 지난 임상연구에서 확인된 수술 전후 보조항암요법에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긍정적인 효과에 한층 설득력을 보탰다”며 “나아가 기존 면역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AhR 억제제를 펨브롤리주맙과 병용하는 등 차세대 면역항암제에 대한 연구도 지속해서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면역항암제에 실패한 암 환자들에게도 희망적인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