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장충, 염증성장질환 치료에 큰 도움?

대장성궤양염 등의 통증, 피부발적 누그러뜨리는 ‘신기한’ 효과 입증돼

대장성궤양염 등 장에 염증이 생기는 병은 자가면역질환이다. 면역세포가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해 무차별 공격해 생기는 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생충인 십이지장충이 염증성장질환을 완화하고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질랜드 말라간의학연구소(MIMR) 연구팀은 십이지장충 유충을 염증성장질환(IBD)에 속하는 궤양성대장염 환자에게 투여해 기생충 감염을 일으킨 결과, 환자의 심한 통증과 발적(피부가 빨갛게 변하는 증상)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톰 뮬즈 박사(위장병학∙간장학)는 “이번 연구는 자가면역병인 궤양성대장염 치료법으로 십이지장충을 활용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십이지장충 감염을 일으키면 궤양성대장염 환자가 매일 한 두차례 약을 복용해야 하는 큰 불편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가면역병은 면역세포가 자신의 세포나 조직을 적으로 잘못 인식해 공격할 때 발생한다.

연구팀은 염증성장질환, 알레르기 환자를 약물 대신 치료할 수 있는 대안 요법으로 십이지장충을 활용할 수 있는지 연구해왔다. 연구팀은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십이지장충 요법이 안전하고 내약성도 우수한 것으로 입증돼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십이지장충, 염증성장질환 알레르기병 대사질환 등에 두루 치료 효과 있을까?

연구팀은 증상에 차도를 보이는 궤양성대장염 환자 20명에게 십이지장충 유충(애벌레) 30마리 또는 위약(가짜약)을 투여한 뒤 12개월 이상 추적관찰했다. 참가자들은 연구 시작 6~8주쯤에 가벼운 복부 통증을 보였으나 이는 10~12주에 모두 해소됐다.

연구팀은 참가자의 장 건강, 불편함 등 변화를 정기적으로 점검했다. 또 장 염증, 마이크로바이옴 및 면역세포 구성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 1년 동안의 십이지장충 감염 기간 동안 참가자의 검체를 수집해 분석했다.

뮬즈 박사는 “증상이 좋아진 염증성장질환 환자에게 십이지장충 유충을 약간 투여하면 이 기생충이 몇 년 동안 장에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십이지장충을 감염시킨 뒤 잊고 지내면 이 기생충이 제 할 일을 제대로 한다”고 덧붙였다.

십이지장충은 발적을 예방하고, 면역체계를 억제하고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는 스테로이드 등 약물 투약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약물을 복용 또는 투여하지 않으면 발적 등 위험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십이지장충이 궤양성대장염, 알레르기병, 대사질환 등에 폭넓게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초기 연구 결과와 이번 예비(파일럿)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십이지장충을 각종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지 본격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Controlled Hookworm Infection for Medication-free Maintenance in Patients with Ulcerative Colitis: A Pilot, Double-blind, Randomized Control Trial)는 국제학술지 《염증성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s)》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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