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산책의 날,’ 어슬렁 걸으면 좋은 점은?
[이성주의 건강편지]
오늘(6월 19일)은 ‘세계 산책의 날’이라네요. 영어로는 ‘World Sauntering Day’ 또는 ‘ International Sauntering Day’입니다.
영어 ‘Saunter’는 사전에서 ‘to walk in a slow and relaxed way, often in no particular direction(느리고 편안하게 걷다, 종종 특정한 방향 없이)’로 풀이돼 있고 stroll, jaunt 등이 비슷한 말입니다. 산책(散策)으로 번역됐는데, 책(策)은 지팡이를 뜻하니까 원래는 지팡이를 짚고 걷는 것을 뜻했지요. 지금은 맨몸으로 걷는 산보(散步)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요.
‘세계 산책의 날’은 1979년 미국의 홍보 전문가이자 작가인 윌머 T. 레이브가 미국 사회에 조깅 붐이 일어나자, 이에 맞서 뛰지 말고 느릿느릿 걷자고 만든 날입니다. 레이브는 1964년 비틀스 반대 운동을 펼쳤을 만큼, 시끄럽고 인위적인 것을 싫어했습니다. 첫 행사는 레이브가 홍보팀장으로 근무하던 미시간 주 매키낵 섬의 그랜드 호텔에서 열렸는데, 그곳은 오대호 가운데 두 번째로 넓은 휴런 호의 북서쪽에 있으며, 육지에서 배를 타고 30분 이상 가야 나옵니다. 첫 행사 4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마차가 교통 수단으로 남아있습니다. 매년 오늘, 사람들이 아름다운 매키낵 섬에서 어슬렁 어슬렁 걸으며 자연을 만끽하는 장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그런 뜻에서 이 날은 ‘어슬렁거리는 날’로 번역되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소요유(逍遙遊)의 날’이 딱 맞기도 합니다. ‘소요유’는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니며 놀다’는 뜻으로 《장자(莊子)》의 첫 장 제목이지요. 매미와 비둘기가 구만리를 나는 새 붕(鵬)을 비웃는 우화로 시작하고, 가구로 쓸 수는 없지만 넉넉히 쉼터를 만들어준 고목을 소개하며 만물의 쓰임[用]을 생각게 하는 챕터의 제목을 왜 ‘소요유’라고 했을까요? 느릿느릿 걸으며 세상을 제대로 보라는 뜻 아닐까요?
옛날 동양에선 멈춰야 제대로 생각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기획(企劃)’이라는 단어도 글자를 뜯어보면 사람(人)이 멈춰서(止), 그림(畵)을 새기는(刀) 것이니, 일을 시작할 때에는 우선 멈춰야 하고, 그래야 비로소 생각이 시작된다는 것이지요.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느릿느릿 걸으면 몸도 건강해지겠지요. 의학적으로는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떨어지고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 엔드로핀 등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숲이나 둔치에서 반듯이 걸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사고가 정리되며 신체에도 좋기 마련이고요.
44년 전 레이브는 미국 미시간 주에서 걷기에 가장 좋은 날인 오늘을 ‘어슬렁 걷는 날’로 정했습니다. 그때엔 우리나라도 ‘신록(新綠)의 계절’이어서 나들이하기에 최고의 날이었지만, 날씨가 아열대로 넘어가는 지금은 더위 때문에 느릿느릿 걷기에 부담스럽습니다. 오늘도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다니…. 대신 아침 일찍이나, 오후 4시 이후에 마음을 비우며 걷는 것은 어떨까요? 그 시간에도 자외선이 눈과 피부를 공격하므로 선글라스는 꼭 쓰시고, 가능하면 양산도 쓰시면 좋습니다. 평소 운동 삼아 속보나 달리기를 즐기는 분들도 오늘은 몇십 분이라도 천천히 걸어보시면 어떨까요? 멈추면 보이고, 상념을 떨치면 생각의 싹이 새록새록 피어난다는데….
주말에 서울이 정말 뜨거웠죠? 여의도에서는 ‘BTS 10주년 페스타 @여의도’가 열렸고, 잠실 올림픽경기장에서는 하와이 출신의 브루노 마스의 공연이 열렸지요. 교통과 안전을 위해 많은 분들이 애썼고, BTS 팬들은 여의도를 깔끔히 청소하고 자리를 떠나 세계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오늘은 BTS의 ‘다이너마이트’ 준비했습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진에 의해 수면장애로 고생하는 사람의 꿀잠을 돕는 음악으로 밝혀진, 그 노래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