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 수술 대가' 아산병원 주석중 교수 별세... 의료계·환자 애도 이어져
16일 교통사고로 운명... 병원 10분 거리 살며 24시간 대동맥 응급수술 매진
"비록 개인사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지금의 삶이 늘 고맙다. 불확실한 미래에 정답을 찾는 후배들에게 바란다. 하고 싶은 일을 해라."(주석중 교수, 서울아산병원 원내 소식지)
서울아산병원 흉부심장혈관외과 주석중 교수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별세했다. 의료계와 그를 알던 환자들은 위급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24시간 대동맥 응급수술에 대기했던 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17일 의료계와 경찰에 따르면, 주 교수는 전날인 16일 오후 1시 20분경 서울아산병원 앞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그를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이 덮친 것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해 운전자의 입건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주석중 교수의 장례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18일부터 치르고 발인은 20일로 예정했다.
1988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주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에서 흉부외과 전공의를 수료했고, 1998년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전임의 근무를 시작했다. 200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의사 면허증을 취득하고, 같은 해 하버드대 의대 버밍엄 여성병원 심장외과 임상 전임의를 거쳤다.
최근에는 울산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대동맥질환센터 소장,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대동맥연구회 회장 등을 맡고 있었다. 2020년부턴 서울아산병원에 대동맥질환 전담팀을 구성해 환자들을 치료했다.
특히 그는 병원 10분 거리에 거주하며 응급환자 수술을 쉬는 날 없이 24시간 대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년간 우직하게 응급환 수술에 매진한 결과, 대동맥 박리 환자의 수술 성공률을 97.8%까지 높이기도 했다. 이는 세계 유수 병원들이 구성한 컨소시엄인 '국제급성대동맥박리학회(IRAD)'의 대동맥 박리 수술 성공률인 80~85%를 상회하는 수치다.
흉부외과계를 비롯한 의료계는 슬픔을 빠졌다. 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 송석원 병원장은 소셜미디어(SNS)에서 그의 별세 소식을 알리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슬픔으로 가슴이 찢어진다"고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장을 지냈던 흉부외과 전문의, 노환규 대한정맥통증학회장 역시 "(주 교수가) 새벽까지 대동맥 응급수술을 마친 후에 잠깐 집에 다녀갔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병원에 나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면서 "개인적인 아쉬움과 슬픔을 차치하고 '탁월하고 훌륭한'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이런 인재는 대체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살아날 수 있는 소생의 기회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고인이 사고 당일 근무 중이었던 것은 맞지만 새벽까지 수술을 마치고 집에 다녀오던 중 사망하게 됐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온라인상에선 주 교수를 알던 환자들도 "하늘이 꼭 귀하고 필요있는 사람은 일찍 데려간다", "여러 목숨을 살리시고 또 살리실 귀한 분이 허망하게 가셨다" 등의 아쉬움을 이어갔다.
그 중 한 온라인 게시판 이용자는 "주 교수님은 정말 열심히 환자 봐주시고 수술도 많이 맡아 하셔서 그분 덕분에 죽음 문턱에서 돌아온 환자도 많았다"면서 "어느 죽음이 안타깝지 않겠습니까마는 흉부외과 환자 입장에서 너무 애석하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