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 유발 가능성 높은 박테리아 발견
일본 여성 환자의 64%에서 푸소박테리움 세균 발견돼
최대 10%의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궁내막증이 특정 박테리아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된 일본 나고야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일본 여성 155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자궁내막증 환자의 약 64%와 자궁내막증이 없는 사람의 7%의 자궁에서 푸소박테리움 속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푸소박테리움에 감염된 생쥐를 대상으로 한 후속 실험에서 항생제로 치료하면 자궁내막증과 관련된 병변의 크기와 빈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 자궁내막의 조직이 다른 부위, 주로 골반 부위의 기관으로 이동해 부착하고 성장함으로써 발생한다. 자궁내막증은 생식기관에 병변을 일으켜 생식력 감소를 초래할 때가 많다. 또 난소에 병변이 있는 환자는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자궁내막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심한 통증이다. 치료법에는 피임약 역할을 하는 호르몬 요법과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이 포함된다.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나고야대의 곤도 유타카 교수(암생물학)는 “새로운 치료법을 찾고 싶지만 그 전에 먼저 사람들이 자궁내막증으로 고통받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자궁내막증이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의 자궁내막 조직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자궁내막증 환자의 샘플에서 푸소박테리움이 서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푸소박테리움은 입, 장, 질에서 자주 발견되며 잇몸 질환과 대장암 같은 다른 질환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푸소박테리움이 자궁내막증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생쥐의 자궁내막 조직을 다른 생쥐의 복강에 이식했다. 이식 몇 주 만에 해당 생쥐들의 자궁내막증 병변이 형성됐다. 연구진은 이 모델을 사용하여 푸소박테리움을 접종한 쥐에서 그렇지 않은 쥐보다 병변이 더 풍부하고 더 큰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항생제 메트로니다졸 또는 클로람페니콜을 질 내로 투여한 쥐의 자궁내막증 발병이 감소하고 병변의 수와 크기가 줄어든다는 것도 발견했다. 곤도 교수는 현재 항생제가 자궁내막증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자궁내막증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잭슨 연구소의 엘리스 쿠르투아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설득력이 있지만 아직 몇 가지 중요한 부분이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푸소박테리움과 자궁내막증 사이의 연관성을 보다 다양한 인종과 집단에서 검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 곤도 교수 연구진의 쥐 연구는 난소에 형성되는 병변에 초점을 맞췄지만 사람의 경우 결장과 방광 등 신체의 다른 곳에서도 병변이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translmed.add1531)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