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의 섬유근육통, 치료 단초 찾았다
뇌의 통증 네트워크 내 회백질 부피 감소와 신호전달 변형 발견
원인불명의 만성적 근육통, 관절통, 인대 및 힘줄 통증을 섬유근육통(fibromyalgia)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데다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꾀병 취급을 받다가 뒤늦게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섬유근육통의 원인이 통증처리를 담당하는 뇌 부위의 변화에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가역적이기에 치료가 가능해 보인다는 반가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관절염 연구와 치료(Arthritis Research & Therapy)》에 발표된 독일 보훔 루르대(RUB)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WebMD)’가 1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섬유근육통은 5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꽤 흔한 질환이지만 최근까지 많은 오진과 오해의 대상이 되어 왔다. 실제 한 환자가 섬유근육통 진단을 받는데 평균 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섬유근육통은 심각한 부상, 교통사고 또는 특정 바이러스를 포함하여 신체적 또는 정서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사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이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 통증 외의 증세로 극도의 피로, 집중력과 기억력에 문제를 일으키는 뇌안개, 불면증, 초조함, 그리고 우울증이 포함된다.
RUB 연구진은 섬유근육통을 객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섬유근육통이 있는 23명의 여성과 21명의 건강한 대조군의 통증 처리와 감정 평가에 관련된 뇌 영역에 대한 자기공명동영상(MRI) 데이터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뇌의 통증 네트워크 내에서 회백질의 부피의 변화를 발견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RUB의 베냐민 모슈 박사과정 연구원은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환자의 통증 억제를 담당하는 특정 부위 내에서 회백질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통증 처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시상의 신호 전달에서도 변화가 발견됐다. 환자군과 대조군 사이의 회백질의 차이는 섬유근육통 환자의 통증 신호에 변형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구조적인 뇌의 변화가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특정 뇌 영역의 회백질 부피가 더 많이 감소할수록 섬유근육통 환자가 더 많은 통증을 겪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우울증 증상이나 활동 수준과 특정 뇌 영역의 부피 변화 사이의 관계도 분석했다. 그 결과 뇌 선조체의 일부를 구성하는 조가비핵으로도 불리는 피각(putamen) 영역의 부피가 우울증 증세가 심할수록 더 작고 활동 수준이 더 높을수록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섬유근육통을 초래한 뇌 변화가 영구적인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고 모슈 연구원은 설명했다. 다시 말해 활동적인 일상생활을 통해 원래 상태로 회복이 가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미시간대의 만성통증 및 피로 연구센터의 다니엘 클라우 센터장은 “뇌의 변화는 영구적인 것은 아니며 효과적인 치료법을 통해 정상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택적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s) 같은 일부 항우울제와 대상포진, 하지불안증후군, 발작 치료제로 쓰이는 가바펜티노이드를 포함한 특정 약물뿐 아니라 교육, 운동, 인지행동 같은 비약물요법도 섬유근육통에 도움이 되며 일부 뇌 변화를 역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미섬유근육통협회(NFA)의 공동 설립자이자 린 마탈라나 이사는 “이번 연구는 섬유근육통을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통증이 진정한 생물학적 기초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또한 그러한 변화 중 일부는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이 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고무적인 연구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arthritis-research.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3075-023-03064-0)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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