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담관암 항체치료법 개발돼
HER2 유전자 변이 겨냥한 ‘자니다타맙’에 임상환자의 41% 반응
희귀암이자 난치암인 담관암에 효과적인 항체치료법이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회의와 《랜싯 종양학(The Lancet Oncology)》에 동시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담관 또는 담도는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보내 지방 소화를 돕는 기관이다. 담관은 크게 2종류가 있다. 간 속을 지나가는 간내담관과 바로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간외담관이다. 이들 기관에 암이 생긴 것을 담관암 또는 담도암이라고 부른다.
미국암협회(ACS)에 따르면 미국에서 담관암은 매년 약 8000건이 발병하는 희귀암이다. 대개 암이 퍼진 후에 진단이 이뤄져 미국에서 5년 생존율은 간내담관의 경우 9%, 간외담관은 11%밖에 안된다. 한국의 5년 생존률은 그보다는 높은데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8.5%다.
연구진은 일부 담관암이 유방암, 식도암, 전립선암과도 관련 있는 HER2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HER2 유전자는 신체의 여러 세포의 성장과 회복을 제어하는 단백질을 생성한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HER2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실험용 약물인 ‘자니다타맙(zanidatamab)’을 소수의 진행성 담관암 환자군에 투여했다.
캐나다의 생명공학기업 자임웍스(Zymeworks)가 개발한 자니다타맙은 잘못된 HER2 단백질에 결합해 그 활동을 차단함으로써 담관암 유발을 방지하는 이중항체 치료제다. 연구진은 87명의 담관암 환자를 모집해 2주마다 정맥주사로 자니다타맙을 투여했다. 이들은 HER2 돌연변이에 의해 촉진된 진행성 담관암을 앓고 있었으며 화학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 결과 환자 5명 중 2명꼴(41%)이 이 약물에 반응하여 종양이 3분의 1 이상 줄어들었다. 연구 책임자인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 센터의 위장종양 전문의인 제임스 하딩 박사는 또 “환자의 절반이 1.8개월 이내에 반응할 정도로 약효가 빠르게 나타났다”면서 “또한 반응 지속 기간의 중앙값이 12.9개월로 상당히 오래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표준치료법인 화학요법에 반응하는 담관암 환자는 5~15%밖에 안된다고 공동 연구책임자인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의 위장 종양 전문의인 슈밤 팬트 박사는 밝혔다. 자니다타맙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설사였으며, 37%는 위장 증상을 경험했다. 다른 부작용으로는 알레르기 반응, 주사 부위 통증, 메스꺼움 또는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있었다.
이 연구는 환자의 전체 생존율을 평가하지는 않았지만 이 약물이 암을 치료하기보다는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자니다타맙이 치료제로 승인되기 위해서는 아직 본격적인 3상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담관암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 확인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모든 담관암이 HER2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담관암의 다른 유전적 요인을 차단하기 위한 약물은 이미 개발돼 있다. 수술과 면역 치료의 발전과 함께 이들 약들은 담관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고 ACS의 최고 환자 책임자 아리프 카말 박사는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담관암이 너무 치명적이어서 환자들은 화학 요법을 받은 뒤 빠르게 호스피스 치료단계로 넘어갔다고 지적하며 “담관암 환자라면 누구나 어떤 종류의 활성 마커가 있는지 확인하고, 임상시험에 참여해볼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onc/article/PIIS1470-2045(23)00242-5/fulltext)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