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재 시 간호사의 사망진단서 작성 가능할까?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는 것은 엄연한 의료행위로서 의사에 의하여 작성되는 것이 원칙이다. 발급된 사망진단서는 장례식장과 화장장 등 모든 장례절차에서 고인의 사망을 증명하는 서류로서 사용되고 또한 유가족 학교나 회사 등 각종행정처리에 필수로 제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발급되어야 한다.
환자의 사망이유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사인(死因)이 병사의 경우 바로 장례진행이 가능하지만 질병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사고사나 원인이 불명확한 기타 및 불상의 경우 반드시 관할지역 경찰서에 신고하여 담당 수사관이 검사를 한 뒤 검사의 지휘를 받아 검사지휘서 검시필증을 교부받아 사망진단서에 첨부하여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일반적인 병사의 경우 장례식장은 사망진단서가 없으면 입관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사후 장례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하여 사망진단서는 환자유족에게 가능한 빨리 제공되어야 한다.
종합병원이나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담당의사가 부재중이더라도 다른 의사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소규모 요양병원이나 호스피스 의료기관의 경우 근무하는 의사 수가 한두 명인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하여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혹은 휴일이나 야간에 입원중인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 신속하게 사망진단서를 발급해 줄 의사가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부재중인 의사대신 간호사가 환자의 사망을 선언하고 사망진단서를 작성해 주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의사를 대신해 간호사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는 것이 법에서 허용된 의료행위인가? 최근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의사 A는 경기도의 한 호스피스 의료기관에 일하면서 진료일지에 미리 환자의 사망원인을 기록하고는 자신이 부재중일 때 입원환자가 사망하면 간호사들에게 진료일지에 기록한 사망원인으로 의사 A의 이름으로 사망진단서를 작성하여 유족들에게 발급하게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발각되어 기소되었다.
1심은 사망원인을 확인하는 것은 생명이 유지되는지를 판별하는 매우 중요한 행위로서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하지만 사건경위와 목적을 보면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고 하면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하지만 2심은 적법한 절차를 걸쳐 환자를 검안하고 검안서를 발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고 하면서 환자와 유족들의 원활한 장례절차를 위하여 사망진단서의 신속한 발급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익이 의사로 하여금 환자의 사망을 확인하고 사망진단서를 발급하게 하여 일반공중위생에 발생할 위해를 막기 위한 보건상 이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다며 유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도 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진단 전에 이루어지는 사망징후 관찰은 간호사의 간호 또는 진료보조행위애 해당하지만 사망의 진단은 의사가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라도 현장에 입회해 직접 환자를 대면해 수행해야 하는 의료행위로서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와 감독이 있더라도 할 수 없으며, 사망의 진단은 사망사실과 그 원인 등을 의학적, 법률적으로 판정하는 의료행위로 이러한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거나 교부하는 것은 의사로 한정되어 있다고 판결했다. 사망진단은 사망여부와 원인을 확인하고 확정하는 중요한 의료행위로 그 수행에 의학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의사의 입회없이 한 일련의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망이 예견되거나 임박한 호스피스병동이라고 해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의사 A와 간호사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 2022.12.29. 선고 2017도10007판결)
정리하면 사망진단서 작성 및 교부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서 간호사에게 사망진단서를 대신 작성하라고 할 수 없다. 호스피스 병동과 같이 이미 죽음이 예견되거나 임박한 환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위 판례를 고려한다면 규모가 작은 요양병원이나 호스피스 병원에서 휴일이나 야간과 같이 의사가 부재하였을 때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의사가 상주하거나 사망한 사실을 확인한 후 빠른 시간안에 병원에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