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한민국 지폐엔 조선 유교 인물만 있을까?

[이성주의 건강편지]

2023년 06월 12일ㆍ1576번째 편지


혹시 최근 동전 사용한 적 있나요? 가장 큰 500원 짜리 동전에 무엇이 새겨져 있는지 기억하는지? 예, 아래 사진에서처럼 두루미[鶴]입니다.

1982년 오늘(6월 12일), 한국은행이 설립 32주년을 맞아 이순신 장군이 새겨진 500원권 지폐를 대신할 백동(구리 75%, 니켈 25%) 주화를 선보였습니다. 두루미는 ‘제2의 경제도약’과 ‘국제사회에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당시 500원권 지폐는 세뱃돈에 가장 많이 쓰였으며 짜장면 곱빼기 한 그릇 값이었습니다. 소주 200원, 라면 100원하던 시절이었죠.

500원 주화는 한 해 몇천만 개가 만들어지는데, 1998년에는 IMF 외환 위기 위에 8000개만 선물 세트로 한정 생산돼, 지금은 수집가들에게 몇 십만원에서 400만원까지 팔린다고 합니다. 1987년 주화는 100만개만 만들어져 5만원 이상 받을 수 있는데 최상급은 100만원까지 간다고 하고요.

주화나 지폐의 상징은 매일 사용하는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많은 사람은 늘 사용하는 돈에 무슨 그림이 있는지 헷갈려 합니다. 주화는 10원에 다보탑, 50원엔 벼 이삭, 100원엔 이순신 장군이 있습니다. 지폐는 천원권엔 이황, 오천원권엔 이이, 만원권엔 세종대왕, 오만원권엔 신사임당의 영정이 들어있는데, 어떤가요? 조선시대 유교 인물로 모두 채운 뜻은 무엇일까요?

이에 반해, 미국은 ‘건국 아버지’와 격동기 인물이 지폐를 장식합니다. 조지 워싱턴(1달러), 토머스 제퍼슨(2달러), 알렌산더 해밀턴(10달러), 밴저민 플랭클린(100달러) 등의 국부(國父), 미영전쟁의 영웅이었던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20달러), 남북전쟁의 영웅 에이브러햄 링컨(5달러)과 율리시스 심프슨 그랜트(50달러) 등 미국을 만든 위인들이 새겨져 있지요?

한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100원 주화와 500원 지폐를 장식했지만, 한국은행이 동전 안 쓰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충무공은 요즘 돈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세종대왕과 성리학자들만 보이네요.

조선시대 도덕적 인물을 내세운 것은 돈을 보면서 도덕도 생각하라는 뜻이 담긴 게 아닐까요? 황금만능주의의 역기능을 순화시키려는 뜻이었을까요? 한편으로는 21세기 대한민국이 누구도 따르기에 벅찰 정도로 ‘도덕주의’에 지배받고, 이 때문에 위선적일 수밖에 없는 문화의식이 지폐의 초상화에 반영돼 있거나, 아니면 ‘동전의 양면’처럼 지폐의 인물이 우리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요?

500원 주화의 생일에 500원 동전뿐 아니라 여러 주화, 지폐에 들어간 상징의 의미도 한번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동전에 이어 지폐도 시나브로 사라지겠지만, 그때까지는 조선의 양반 귀족 영정을 계속 봐야 하겠지요. 지폐에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나 잘사는 나라의 토대를 닦은 영웅, 민주주의를 지킨 정치인, 혁신적 경제인 등을 넣을 수는 없겠지요? 그랬다간, 또 나라가 두 쪽이 나서 다투기 십상일 테니.... 사람의 장점을 보고 배우는 것보다 단점을 공격하며 자기 입지를 굳히려는 문화가 남아있는 한, 그런 것은 참 어렵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가운데, 지난주에는 미국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이 세상을 떠났지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그의 대표앨범 《December》 중 ‘Thanksgiving' 준비했습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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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he*** 2024-08-23 23:30:55

      유일한박사는 구한말 9살에 미국유학가서 극심한 인종차별을 견뎌내며 의사가 되었고 미식축구 리더가 되었다. 2차대전말 50살 나이에도 OSS작전 낙하산 침투조 조장으로 군사훈련도 받았는데, 원폭으로 무산되었다. 유한양행의 경영과 소유를 분리했고, 유산은 사회환원했으며, 투명한 회계와 납세로 귀감이 되었다. 근대가 아니라 지금도 이런 분은 없다. 한국사회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들추면 비리가 없는 곳이 없다. 한국 지폐는 모두 유학자들이 점령했고, 일본은 근대 과학자와 계몽가가 차지한다. 유일한박사를 10만원지폐에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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