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 메트포르민, '롱 코비드' 예방효과가?
2주간 복용 40% 감소...3일 이내 복용 60% 이상 줄어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이 장기적인 코로나19(롱 코비드)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란셋 감염병(Lancet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된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논문에 따르면 감염 후 메트포르민을 2주 동안 투여한 환자의 롱 코비드 위험이 약 40% 줄었다. 코로나19 환자가 감염 직후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기 시작한 경우 결과는 더 효과적이었다. 증상 발현 후 3일 이내에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면 롱 코비드 사례가 60% 이상 감소하는 걸로 나타났다.
논문의 제1저자인 미네소타의대 캐롤린 브라만테 교수는 “감염 후 14일간 메트포르민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면 이후 10개월 동안 장기적인 코로나19 진단을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코로나19 감염기간 복용하는 약물이 롱 코비드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임상시험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5월 미국에서 발표된 롱 코비드 증상 체크리스트에는 뇌 안개 증상, 피로, 운동 후 불쾌감, 현기증, 위장 문제, 가슴 두근거림, 성욕 또는 성기능 저하, 후각 또는 미각 감퇴, 흉통, 만성기침, 갈증 및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포함됐다.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초기 오미크론 파동 당시 감염된 사람의 약 10%가 발병 후 6개월 이내에 롱 코비드 증세를 보였다.
메트포르민은 1995년 미국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을 받고 사용됐지만, 항바이러스 효과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만테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감염시 메트포르민을 2주간 복용하면 사망이나 입원 위험을 40% 이상 예방한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메트포르민의 롱 코비드 예방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2020년 12월~2022년 1월 코로나19에 감염된 12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무작위로 선정된 564명의 환자는 2주 동안 메트포르민을 복용했고, 나머지 562명은 비활성 위약을 복용했다.
모든 환자는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과체중 또는 비만이었다. 이는 중증 코로나19 감염의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이들은 모두 30세 이상이었으며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증에서 중등도의 감염을 앓고 있었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메트포르민 500mg으로 시작해 14일차 1500mg까지 매일 점진적으로 약물 투약 용량을 늘렸다.
그런 다음 연구진은 모든 환자를 10개월 동안 추적해 롱 코비드 증세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메트포르민 복용군은 위약군에 비해 롱 코비드 위험이 41% 감소했으며, 감염 초기에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 환자의 경우 63%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감염병재단(NFID) 의료 책임자인 윌리엄 샤프너 밴더빌트대 교수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도발적이고 흥미로우며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추가적인 연구를 촉구하며 "많은 환자들이 병에 걸렸을 때 염려하는 롱 코비드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브라만테는 메트포르민의 항바이러스 활성이 롱 코비드의 예방효과를 보이는 주된 이유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 약이 감염으로 인한 유해한 염증도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메트포르민이 당뇨병을 치료하는 방식은 대부분 간의 염증을 줄이고 신체가 포도당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메트포르민은 인슐린처럼 포도당을 낮추지 않으므로 당뇨병이 있든 없든 위험한 저혈당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inf/article/PIIS1473-3099(23)00299-2/fulltext)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