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비트 주스 마시면 심장마비 위험 감소한다?
비트에 함유된 무기 질산염이 혈관, 순환계에 영향 미쳐
빨간 색감과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인 비트는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암과 염증, 빈혈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이 비트 주스를 매일 마시는 습관이 심장 질환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퀸메리런던대 연구팀이 협심증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6개월 간 실험을 진행한 뒤 내린 결론이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져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 병으로,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과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일반적으로 협심증 환자는 관상동맥을 다시 넓히기 위해 그물망 형태의 기구인 스텐트를 삽입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협심증으로 스텐트 삽입 수술을 받은 환자의 16%가 평균 2년 이내에 재수술이 필요하거나 심장마비를 경험한다. 이에 반해 6개월 동안 매일 70ml의 비트 주스를 섭취한 환자들은 재수술이나 심장마비의 위험이 7.5%로 떨어졌다. 다른 수술이나 약물적 치료 없이 비트 섭취만으로 위험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다.
스텐트를 삽입하더라도 환자의 혈관 너비는 영구적으로 고정되지 않고 다시 줄어드는데, 비트 주스를 마신 환자 그룹은 비교군에 비해 혈관이 줄어든 정도도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비트 주스 섭취가 혈관의 재협착을 막아 수술 성공률이나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는 비트에 함유된 무기 질산염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무기 질산염은 입 안 박테리아에 의해 아질산염으로 바뀌고, 다시 몸 속 효소에 의해 산화 질소로 분해된다. 산화 질소가 혈관 확장과 순환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환자들에게 나타난 부작용은 비트 색깔의 소변을 보는 것 외에 없다”며 “협심증 외에 다른 이유로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들까지 실험 대상을 확대해 정식 처방으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심장재단(British Heart Foundation, BHF)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영국심혈관학회를 통해 발표됐다. BHF는 이미 여러 차례 비트 뿌리의 효능에 대한 연구를 지원했다. 대표적으로 비트가 임산부의 고혈압을 완화한다는 연구와 백혈구 염증을 줄여준다는 연구를 각각 2018년, 2022년에 진행한 바 있다.